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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12월 27일 화요일

이터널 선샤인 [11월 어느주말]

 

 

호기심이 고양이를 죽인다.

 

절대로 보아서는 안되는 영화도 있다.

남자의 순애보라는 영화 주제에 거부감을 느껴

'너는 내 운명'을 거부했듯이

'이터널 선샤인'도 거부했어야 했지만,

 

호기심이 고양이를 죽였다.

 

글쓰기가 상처받은 영혼을 치유할까봐..

한달 이상 글쓰기를 포기하게 한 '이터널 선샤인'

 

치명적으로 아름다웠던 이 영화.. R.I.P.

 


 

 

 

2005년 11월 24일 목요일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

 

 

어쩌면 우린 지금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가 걸었던

하데스와 페르세포네의 지하세계로부터

지상세계로의 출구로 나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잘 따라 오고 있는 거지요?"

"네, 잘 따라가고 있어요. 기억하죠? 절대 돌아보면 안돼요."

 

빛을 향해 나아가는 우리

 

"잘 따라 오고 있죠?"

"네, 절대 돌아보면 안돼요."

 

오르페우스의 실수를 되풀이해서는 안된다.

내 안에서 죽었던 그 사람을 되살리기 위해

난 절대로 뒤를 돌아보아서도,

그 사람의 얼굴을 보아서도 안된다.

 

지상에 이르기까지..

 

 

2005년 11월 11일 금요일

이 겨울의 인사

 

 

벌레 먹은 심장을 품고
벌거 벗은 겨울을 만나러 간다

 

항온 기능을 상실한 중추신경계
추운지도 더운지도

 

창에 비친 무표정한 저 사내의 낯빛이
두렵게만 보여

 

허나
내가 하고픈 인사는 이것일지니

 

이 겨울의 문턱
내가 없어도

 

아침잠 쫒으며
온몸을 길게 늘어뜨려 하루의 시작을 알리고

 

이가 시리지 않을만큼만 차가운 물 한잔과
비타민 한알의 지혜를 잊지 않기를

 

 

2005년 10월 16일 일요일

소금

 

 

오늘의 말씀 주제는 소금이었습니다만
내내 딴 생각만 했습니다.

 

사돈댁에서 아이를 가진 동생을 위해 사골을 끓여 보내왔는데
동생의 까다로운 식성탓에 우리집 식탁 차지가 되어버렸네요.

 

소금을 더할 필요도 없이 간을 해서 보내셨더군요.

아버지는 그마저도 부족하셨던듯
식탁에 놓인 소금을 한숟가락 듬뿍 떠 간을 더하셨습니다.

 

음식을 짜게 드시는 아버지의 식성이 못마땅하던 차에
평소보다 더 강하게 아버지를 나무랐습니다.

 

자극적인 음식에 계속 길들여지면
그땐 아예 음식의 맛을 가늠할 수 없게 되버린다고
매운 음식 한달만 끊고 살면
그제서야 자신이 먹는 음식이 매운 줄 알게된다고

 

입에서 못느낀다고
몸이 그 소금의 과함을 모를 줄 아느냐고
그렇게 계속 짜게 드시다가 건강 잃으시면
그땐 나 몰라라 할거라고
.
.
요즘 설교시간엔 그 사람에 대한 생각이 더더욱 떠날줄 모릅니다

 

그 사람이 지나치게 행복해지지 않았으면
그 사람이 지나치게 불행해지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자극적인 삶속에서
내가 그 사람에게 주었던 의미들이 영영 무뎌져

 

내 목소리
내 웃는 얼굴
내가 그 사람의 손을 잡을때 느꼈던 체온마저
기억할 수 없게 되기를 원하지 않기 때문이죠.

 

나를 만나 얼마지 않아 그 사람이 많이 아팠던 적이 있습니다.
지금 또 그렇게 아프답니다.
그 사람이 예전의 그때보다 더 많이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기도했습니다.

 

 

2005년 10월 13일 목요일

찰리와 초콜릿 공장 [051011]

 

 


 

찰리는 정말 세상에서 가장 운이 좋은 아이다.

 

어린이를 위한 동화의 세계에서는

가장 평범한 아이가 가장 운이 좋다.

평범하다 못해 보통사람들보다 못난 주인공이

언제나 해피엔딩의 주인공이다..

 

'그리고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넌 그냥 운이 좋은 애로구나

.. 찰리와의 첫만남에서 윌리웡커가 말한다.
넌 참 정직하구나..

초콜릿공장으로 함께 떠나자는

윌리웡커의 제안을 거부한 찰리에게 윌리웡커가 말한다.

 

운이 좋고 정직하고..

그러나 초딩때 내가 배운

착한 어린이의 덕성대로라면

길에서 주운 돈으로 헐레벌떡

초콜릿을 사러 달려가는 어린이가 정직한 어린이는 아니다.

물론 찰리의 경우

그 돈으로 초콜릿을 사러 달려간 이유가

초콜릿이 먹고 싶어서는 아니었다.
오히려 '골든 티켓'의 행운을 사기 위한 것이었는데..


그렇다면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길에서 주은 돈으로

허겁지겁 달려가 로또를 구입하는

철없는 어른의 형상이 떠오르지 않는가?

 

행복, 행운 .. 할 말이 없군

 

김윤아의 노래중 '아이들은' 이란 노래가 있다.


'아이들은 착한 주인공이

행복해지는 동화를 듣고 자라나지
아름답게 착한 사람들은
모든것을 다 갖게 된 다 배우지'

 

착한 사람이 가진 가장 큰 무기는 '행운'이라고 동화는 얘기한다. 

 

그러나 아이들은 자라면서 상처를 통해 알게 된다.
'행운'은 착한 사람의 몫이 아닌 경우가 더 많다는 것을..

 

영화 '초콜릿 공장'은 그런 의미에서

어른을 위한 동화는 아니었다.

 

영화의 마지막에

다음과 같은 나레이션이 삽입된다면 모를까..

 

'이렇게 운으로 초콜릿 공장을 거머쥔 찰리는

결국 초콜릿 공장을 말아먹었고

윌리 웡커는 찰리에게 초콜릿 공장을 맡겼던

자신의 경솔함을 탓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게 됩니다.

 

그리고 찰리는 너무 빨리 사그러든

자신의 운을 원망하고 신세를 한탄하며 떠돌아 다니다

어느 눈 내리던 날 밤

자신의 옛 고향집 앞에서 쓸쓸히 잠이 듭니다'

 

 

2005년 9월 26일 월요일

외출(spring snow) 첫번째 이야기 [050921]

 

 


 

 

우리나라에서 큰 인기를 끌지 못하고 있는 영화 '외출'이 일본과 대만 등지에서는 폭발적인 관객동원력을 보이고 있다는 점을 이해하는 데에는 김인수라는 캐릭터의 이해가 선행되어야 할 것 같다.

 

한서영 : 원래 그렇게 말이 없어요?

 

인수는 원래 그렇게 말이 없을까?
자신이 처한 상황의 탓도 있겠지만 극중 인수는 누구와도 능동적으로 대화를 주도하거나 상황을 리드하지 않는다.

 

그가 한서영에게 먼저 끄집어 내는 대사는 다음의 세가지 종류로 압축된다.

 

유형1) 어떤 계절 좋아하세요? - 딱히 할 말이 없어 꺼내놓는 관심반 무관심반형 질문

 

유형2) 서영씨는요? - 상대의 질문에 대해 자신의 이야기을 짧게 건네고는 딱히 할 말이 없어 꺼내놓는 reply형 질문

 

유형3) 우리 뭐할까요? - 뭔가를 하긴 해야겠는데.. 어리숙한 배려형 질문 ; 마지막 장면에서 한서영의 "우리 어디로 가는 거에요?" 라고 물을 때도 정작 운전대를 잡고 있는 본인이 "어디로 갈까요?" 라고 되묻는다.

 

그런 그가 술에 취해 한서영의 모텔방문을 두드린다.

 

"우리 얘기 좀 해요"

 

사실 인수는 하고 싶은 얘기가 참 많다. 그러나 자신을 드러내기 보다 상대에게 맞춰가는 자신에 더 익숙한 탓에 하고 싶은 말, 하고 싶은 일들을 선뜻 상대에게 내어놓지 못한다.

무대조명 감독이라는 인수의 직업도 이런 그의 성격과 일치한다. 무대에서의 주인공보다 더욱 빛나는 조명이어서는 안된다. 아무리 밝은 조명도 주인공을 위해 존재해야 한다.

인수의 그런 성격이 대사 한마디 한마디 속에 녹아 있다.

 

사고로 혼수상태에 빠진 아내, 드러난 아내의 배신, 직장에서의 내몰림, 그런 상황에서 다가오는 새로운 인연

 

감당하기 힘든, 복잡하고 뒤엉킨 상황과
단조롭고 절제된, 결코 설명적이지 않은 인수의 대사와 행동

이 둘이 맞물려 극에의 몰입은 한층 깊어진다. 관객은 인수의 대사 하나, 행동 하나에 열가지 상상력을 발휘한다.


 

허진호의 의도였을까?

욘사마 배용준의 첫 영화가 성공하기 위한 첫번째 요소는

'욘사마는 욘사마이어야 한다'이다.

 

한중(대만)일 삼국의 TV를 주름잡는 수다쟁이, 꽃미남의 자국 스타들과 달리 해외의 스타들, 특히 한류의 스타들은 과묵하고 진지하다. 몇마디 하긴 하지만 언어의 한계로 인해 내용은 단순하고 여러모로 정제되어 있다. 언론은 이들 스타들의 이야기를 번안해 다듬어진 언어로 재해석해 준다. 그렇다보니 청중은 이들 스타의 입에 귀를 기울이기 보다 가슴에 가슴을 기울인다.

 

게다가..
배용준의 코디가 참 훌륭하다.

어쩌면 저렇게도 이쁜 옷들을..

그리고 마지막 장면에서 보았던 선글라스를 구했는지 원.. ^^

 

 

외출(spring snow) 두번째 이야기 [050921]

 

 


 

 

배우 손예진을 떠올릴때 잊혀지지 않는 장면 중의 하나는 영화 클래식에서의 빗속 뜀박질 씬이다. 지나치는 ROTC 대열의 경례동작을 흉내내며 만면에 띠끌 하나 없는 밝은 웃음으로 온몸에 비를 맞으며 뛰는 장면.. 아~ 또 설레인다.

 

허진호의 눈이 나와 닮아 있음에 흐뭇하다.
졸업 하자마자 결혼하라는 아버지의 성화에 선을 봐 결혼했고 전업주부의 일상 끝에 남편의 사고, 그리고 드러난 남편의 외도, 찾아오는 사랑

그녀는 결혼 후 단한번도 달려보지 못해 본 사람처럼, 그리고 이제 새롭게 날기 위한 도움닫기를 하듯 고수부지를 달린다. 손예진의 매력이 한껏 발산되는 순간이다.

 

그리고 뜀박질을 넘어 한층 더 성숙한 배우 손예진을 또다시 발견했다.
"학교 졸업하고 아버지가 빨리 시집가라고 해서.." 라고 말하며 -불행한 현재를 결정지은 그 순간을 떠올리고 몸서리치듯- 터져나오는 울음을 재빨리 한손으로 무마시키고 아무렇지도 않은 척 상대를 향해 웃어보이는.. 아~ 씨.. 자꾸 희미해져가는게 안타깝다.. 또 보고 싶다..


## 중대 사진반

김인수 : 대학때 집사람이 공연사진을 찍어줬었어요. 사진 동아리였거든요.

한서영 : 혹시 부인이 어느 학교 나오셨어요?

김인수 : 중대요.

한서영 : (강수진과 윤경호가) 그때 만난거였군요.

여기서 잠깐 소개.. 중대 사진반..

 

내가 학교 다닐때만 해도 학생회관 건물이 좁았던 탓에 각 단대마다 동아리방을 한둘씩 끼고 있었다. 우리 정경대에는 사진반과 서예반이 있었다. 공교롭게도 우리 과실이 위치한 팔각정 1층에 위치한 탓에 벽을 사이에 두고 출입문을 공유하는.. 암튼 그런 요상한 시스템이었다.

 

지금이야 너도 나도 디카 하나쯤은 가지고 있고 맘 한번 굳세게 먹으면 일이백만원을 호가하는 DSLR도 구입하지만, 당시에 사진을 한다고 하면 장비 가격도 가격이거니와 필름이며 인화지며 부가적으로 들어가는 비용이 꽤 만만치 않았던 시절이었다. 게다가 우리과엔 그때까지만해도 전학년을 통틀어 여학생이 10명을 넘지 못하던 시절이다보니, 대다수의 우리들에게 벽 하나 건너 사진반의 럭셔리함은 사회적 불평등과 위화감을 갖게 하는 대상이었다.

 

강수진과 윤경호가 중대 사진반 시절부터 알아 온 사이였음을 발견해내는 한서영의 심정이 나의 개인적인 기억들과 맞물려 더 가깝게 다가온 장면이었다.

 

 

외출(spring snow) 세번째 이야기 [050921]

 

 


'봄날은 간다'에서도 느꼈지만
허진호 영화의 대화 스타일이 난 너무 좋다.
영화를 보며 기억해 둔 대사들과 OST에 있던 대사들을 옮겨보았다.

## 김인수가 모텔 주차장에서 눈뭉치로 투구연습을 하던 중 한서영이 창밖으로 그 모습을 내려다보다 다가간다.
한서영 : 운동 하세요?
김인수 : 아니요.. 공연 조명 일 해요 콘서트 같은거요
한서영 : 재밌는 일 하시네요
김인수 : 만들어 갈땐 재밌는데 끝나고 나면 허무해요
한서영 : 그래도 만들땐 재밌잖아요
 
## 바닷가를 거닐다 이 영화의 영어 제목인 spring snow를 암시하는 대화 뒤 핸폰사진 찍기
한서영 : 원래 그렇게 말이 없어요?
김인수 : 어떤 계절 좋아해요?
한서영 : 봄이요.. 인수씨는요?
김인수 : 어.. 전.. 겨울 좋아해요
한서영 : 저도 눈은 좋아해요
김인수 : 봄에 눈이 내려야겠네요
한서영 : 그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요?
(인터벌)
한서영 : 우리 사진 찍을래요? (멋쩍은듯) 아니에요
김인수 : 왜요?(why not?) 찍어요
김인수 : (핸폰 카메라 렌즈 부위를 가리키며 나즈막히) 여기요?
한서영 : 하나, 둘, 셋 (찰칵) (웃음)
 
## 두 사람이 만나 첫번째 섹스를 하다.
김인수 : 우리 뭐할까요?
한서영 : 뭐하고 싶은데요?
 
## 혼수상태에서 깨어난 강수진이 김인수에게 말을 건넨다. 김인수의 감정상태가 극도로 절제되어 폭발한다. 
강수진 : 인수씨 왜 아무말 안해? 나한테 궁금한거 없어?
김인수 : 처음엔 궁금한게 많았는데 지금은 없어
강수진 : ...
김인수 : ...
강수진 : ... 고마워..
김인수 : 뭐가?
김인수 : 전부 다
(인터벌)
김인수 : 수진아, .. 그 사람 죽었어
강수진 : (복도까지 들리도록 흐느껴 울음)
 
## ending - spring snow
한서영 : 우리 어디로 가는 거에요?
김인수 : 어디로 갈까요?

2005년 9월 22일 목요일

가문의 위기 [050918]

 

" 뭔 영화가 이리 극단적이다냐? "

 

추석 연휴를 마친 아침 무가지에서 추석 기간 최고의 대박작이 가문의 위기였다는 기사를 보고 허탈감이 밀려왔다. 나 역시 대박작 만들기에 일조하고 말았다는 후회와 함께, 이 기사로 인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극장으로 몰려갈까 하는 염려때문이다.

 

한참을 웃고 나왔는데 이 허전함은.. 산만해서였을까?
영화 말미에 아큐브 렌즈가 말썽을 부려 한쪽 렌즈를 입에 물고 영화를 본 때문일까?
그것도 이유일 수 있겠지만 영화 자체가 산만한 탓도 있다.

 

스토리의 맥을 형성하며 극 전체를 끌고나가는 리딩롤 설정에 분명 문제가 있었다.
리딩롤을 맡고 있는 신현준과 김원희 커플에게 부여된 임무가 너무 잡다했다.
김수미, 탁재훈, 정준하 등 쟁쟁한 조연들이 버티고 있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리딩롤을 맡고 있는 커플에게 스토리 전개에 필수적이 아닌 에피소드성 씬들을 빈번하게 요구한 것이 산만함의 결정적 원인이라고 본다.

 

게다가 방송가에서 내로라 하는 개인기 달인들을 모아 놓았으니 필름 분량이 만만치 않았을게다. 2시간 이내의 분량으로 재미 있는 장면들을 사정없이 때려넣고 구겨넣다 보니 편집이 엉망이다. 장면전환의 효과는 없고 시간적 순서에 따른 단순 나열식이고 보니 씬이 바뀔때마다 숨이 넘어간다..(ㅋ 쪼끔.. 오바다)


관람 포인트 :

-탁사마.. 야밤에 그가 출연하는 방송을 보기 위해 정규방송과 유선방송을 헤매며 TV채널을 잽핑한다.
-워니.. 언젠가부터 아무리 망가져도 무게감이 느껴진다. 사랑스러운 그녀
-신현준.. 코미디 속편 전문배우로 거듭나다. 이별의 아픔을 요상한 방법으로 달래는구만.
-정준호, 김효진.. 왜 나온거야? 우정출연 치고는 좀 껄쩍지근


코미디 영화를 선택시 주의할 점에 대한 교훈 :

-TV 매니아들은 방송출연이 잦은 연기자들의 영화는 피하라
-특정 영화가 TV의 연예오락 프로그램에서 노출 빈도가 많다면 과감히 채널을 돌릴줄도 알아야..
-만약 보고 싶은 영화가 속편이라면 전편의 가치를 다시 한번 꼼꼼히 따져보자

 

명대사 :

홍덕자 여사 (김수미)
: 장난감총이야,장난감총. 실탄주께쏴바. 나가나 안나가나.. 
: 내가 다들 바쁠때 태어났는게벼~언능가 다들~ 퍼뜩가~ 
: ---씹새 

김진경 (김원희)
: 어메~ 쓴거 어메~단거 뭔 커피가 이래 극단적이다냐~

장인재 (신현준)
: 무궁화 꽃이 피었습...

장경재 (임형준)
: 형님, 나으(의) 머리에도 지우개가 있는 갑소~

장석재 (탁재훈)
: 집안일은 나만 몰라 
: 으따, 뒷짐지고 만났소 
외 다수..

 

코미디 영화는 아무 생각없이 웃고 보면 그뿐이다는 말을 별 생각없이 인정해 왔는데, 꼭 그렇지만은 아닌갑다. 하다못해 떡볶이 1인분을 먹어도 품평을 늘어놓아야 재미지.. 배만 부르면 그만이라고?

어림없는 소리.. 영화를 구매한 소비자의 입장에서 당연한 권리 찾기를 관객의 까탈스러움으로 책임전가 하거나 관객의 입장에서 자책하지 말기를..

2005년 9월 20일 화요일

형사 [050913]


 

장터에서 막걸리 사발을 들이키며 물건을 팔다가 범죄현장을 발견하곤 과장된 8자 걸음으로 어깨를 들썩이며 것는 남순
"남순아 너 표정이 왜 그래?" 하고 물으면 '씨~팔~ 친절해보일까봐'라고 달려들듯 짓이긴 표정으로 씩씩거리는 모습이.. 어디서 많이 본 듯 하다.

 

앗!! 저것은.. 치마 입은 박중훈이닷!!

 

그렇다.
'인정사정 볼 것 없다'의 영구 + '다모'의 채옥 = '형사'의 남순

 

영화는 봉출(윤주상)이 장터에서 사람들을 모아놓고 꽤나 진지하게 자신의 경험담을 떠벌리는 것으로 시작된다. 하지만 그 끝은 터무지 없는 허풍이었음을 스스로 인정하듯 "나야 모르지~"로 맺고 만다.

 

영화가 진행되는 내내 김보연이 우정출연한 이 씬이 전체 스토리와 무슨 연관이 있을까 궁금해했다. 혹시 김보연이 위조화폐를 만들어내는 배후인물들 중의 하나는 아니었을까?

결국 이 영화의 끝장면에서야 탄성을 지를 수밖에 없었다. 반전의 묘미는 관객이 전혀 모르고 있던 스토리 전개의 핵심 요소가 막판에 밝혀지면서 나타난다. 하지만 뻔히 알고도 당할 수밖에 없는 영화적 장치라면.. 뒤통수 때릴려고 작정한 영화라는 점에서 찬사를 보내고 싶다.

 

이명세의 작품에서 발견하는 또 하나의 즐거움은 로맨시스트들의 등장이다.
'기쁜 우리 젊은 날'에서 황신혜를 하늘로 떠나보내고 딸에게 옛 연인에게 했든 삶은 달걀을 까서 건네는 안성기
'남자는 괴로워'에서 singing in the rain을 패러디하는 안성기
'나의 사랑 나의 신부'에서 눈 오는 날 미영(최진실)이의 창유리에 손글씨를 쓰는 박중훈

이루 말할 수 없다.

 

이들 남성들은 백마 탄 왕자도 아니고 여자에게 주변 있게 사랑을 고백하지도 못하지만 사람냄새 나는 잔잔한 사랑의 언어를 읖조린다. 신데렐라가 유리구두를 몇천켤레 갖다 목전에 쌓아놓아도 과연 그녀를 행복하게 할 수 있을지 의심이 들지만..

 

무릇.. 인간들이여..
로맨시스트에게 행복을 가져다 달라고 조르지 말기를..
즐거울때 웃을 줄 알고, 그리울때 그리워할 줄 알고, 슬플때 울 줄 아는 그들의 존재로 인해 독종들로 가득한 이 세상이 그나마 사람 냄새라도 간간히 풍겨나오는 세상이 되는 거라오. 이 정도의 존재의 이유로 부족하오?

 

지난 20년간 가장 감동 깊게 본 영화가 뭐냐는 질문에 '기쁜 우리 젊은 날'을 꼽았다.
로맨시스트 이명세가 그 이유였다. 1987년 이명세 감독이 각본을 쓰고 조감독을 맡았던 영화로, 역시 풍류와 로망으로 똘똘 뭉친 영원한 열혈 청춘 배창호가 감독을 맡았다.

 

그로부터 십여년이 흘러 이명세는 사랑이 존재할 수 없는 극단적 상황에서 로맨스를 창조하려 애쓰고 있다. 도둑과 경찰사이의 사랑은 있을 법한 얘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 '형사'가 진가를 인정받을 수 있는 이유는 남여 주인공의 1:1의 사랑 얘기를 넘어 로맨시스트로 가득찬 세상을 조선 말기의 상황을 빗대어 재창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정사정 볼 것 없다가 한국식 누아르를 개척하면서 로맨시스트로 가득한 세상을 재현하는 작업을 시작했다면, ..
(누아르의 필수 요소.. 비, 밤, 불완전한 가족관계, 외로운 사람들.. 음냐.. 그리고 또 뭐더라..)
'형사'는 누아르의 요소를 전부 버리고 동양적이고 화려한 색감으로 치장해 로맨스의 비중을 더했다.

흠.. 영화에 집중하지 못하게 태클 건 녀석때문에 영화를 보면서 빨간펜으로 표시해둔 많은 것들을 기억해낼 수 없다 -.-;;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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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출' 볼려는데 자꾸 태클 거는 사람들은 뭔데?
지들은 다 보고 못보게 하는거야?
지들도 남 얘기만 듣고 못보게 하는거야?

 

 

연애의 목적 [050624]


 

그래서 넌 키스할때 눈 뜨니?

 

주변의 왠만한 후배들은 한두번쯤 들어서 알고 있을듯..
학교 다니던 시절, 특히 정치학 시험에 대한 얘기로 주제가 옮겨가면 뿌듯해하며 늘상 떠벌렸던 얘기가 하나 있다. 장훈 교수님의 비교정치론의 기말시험은 대체로 우리나라의 민주주의 현안에 대한 에세이로 치뤄졌다. 아마 당시에는 선거제도에 대한 현안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나의 기말 에세이의 제목은 '키스할 때 눈 감지 말아야 한다?'였다.
제도주의의 관점에서는 제도와 그 제도를 설계하고 운용하는 사회구성원간의 상호작용이 강조된다. 에세이의 요지는 선거라는 제도가 제대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사회구성원들이 투표하기 전부터 투표한 이후까지 자신이 선택한 후보에 대해 면밀히 관찰하고 감찰해야 한다는 요지의 글이었다.

그렇지 않으면 십중팔구, 선거라는 제도에 의해 우롱당하고 그 제도를 주도면밀하게 사용하는 사람들에게 크게 당하고 만다.

그런 경험들이 쌓여져 현재의 불신의 정치문화와 정치적 배제의 습성을 체화하게 되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신임 여교사 홍(강혜정)과의 첫 대면에서 선배 교사 유림(박해일)이 충고의 한마디를 건넨다.
"이 바닥(교육계)도 꽤나 정치적이어서 눈치도 보고 아부도 해가며 살아야 버틸 수 있어요"

 

사람과의 관계에서 이미 망가질대로 망가져 본 경험이 있는 인생선배 홍에게는 교육계 뿐만 아니라 모든 사회적 관계가 이처럼 정치적이다. 홍에게 결혼이라는 행위는 사랑이 아닌 최선의 선택을 해야만하는 사회적 제도일 뿐이다.

 

반면 박해일에게 사랑은 곧 본능이다. 마치 프로이트가 말한 문명화 이전의 욕망에 가득찬 인간들에게서처럼. 문명화 이전부터 존재했던 강간이라는 욕구 표출의 극단적 행위조차도 본능으로 포장하고 만다.

 

사랑을 믿지 않는 두 남녀는 한쪽으로는 냉철한 이성과 제어할 수 없는 본능의 상반된 가치관으로 소위 '연애의 목적'을 학습한다.

 

그래서 결론은?

 

투표할때는 눈 감지 말아야 하겠지만,

그래도.. 키스할때는 눈을 꼭 감아야 하겠다.
설사 슬픈 사랑만 하게 된다 할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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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대사 : "웨이브 하셨네요?"


여름을 버텨냈던 긴 머리를 정리하면서 웨이브를 할까 고심하다가 결국 포기했다.
아주 우연히 누군가 다가와 "웨이브 하셨네요?" 라고 물으면 그땐 머리를 박박 밀어야 할지도 모른다는 -,.-

 

 

2005년 9월 7일 수요일

아침산에서..

 

 

새벽녘 추위에 여름내기 홑이불을 끌어안고

몸을 웅크렸다가

다시 잠들긴 글렀다 싶어 산에 오르다.

 

출근을 서두르는 집앞보도의 구둣발 소리

경인고속도로를 질주하는 차량들의 행렬

 

나의 발걸음을 재촉케 하는 일상의 소품들을 뒤로 한채

바지 주머니에 손을 구겨넣고

발걸음 수를 세듯 발을 내딛는다  

 

성질 급하게 밤나무를 흔들어댄 사람들덕에

아직 채 여물지도 않은 밤송이들이

산비탈에 즐비하다.

 

성질 급한 사람..

 

채 여물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아직 아무 것도 해주지 못했는데 말이다..

 

 

2005년 9월 6일 화요일

몽상가들 [050815]


꿈꾸는 상호 라는 필명으로 응집된 내 젊은 날은 무한한 자유와 사랑을 만끽하고자 했고, 욕망으로 가득찬 시절이었다. 정치학을 택했고 그로인해 내 젊은 날에 사회과학의 잔상이 남아있게 된 것은 꽤나 다행스럽고 행복한 일이다.
그것은 10여년이 지난 오늘 돌이켜보더라도, 하마터면 감성만으로 점철되어 껍데기뿐일지도 모를 내 젊은 날에 늘 호흡을 불어넣었고 욕망의 시절을 중화시켜주는 역할을 했다.
우리는 농담 삼아 마르크스와 그에 의해 창조된 세계를 신의 세계에 빗대어 표현하곤 했지만 실제로도 내 삶에서 그것은 신의 세계의 공백을 메우는 역할을 했다. 다시말해 그것은 내 젊은 날 신앙의 대체물이었다.

테오, 이사벨, 매튜.. 그들이 함께 했던 시간은 '68이라 특징 지워진 시절이었다.
하나님의 나라가 이땅에서 좀처럼 구현되지 않았던 것처럼 사회주의 혁명과 프롤레타리아 독재가 이땅에서 구현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마저 보이지 않을때 우리에게 신좌파의 상상력은 마르크스가 언약한 땅으로 들어가는 꿈의 열쇠였다.

그러나 그 열쇠가 자본주의 사회에서 인간이 지닌 가장 강하면서도 가장 나약한 무기로 만들어졌다는 것은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다.
무한한 자아의 표출과 에로스 효과 -그것은 자칫 아무 상관없을 개인과 개인의 자아를 엮는 위대한 응집력을 가지고 있었다- 로 특징지워지는 신좌파, 그들의 상상력은 욕망을 도구화했고, 자본주의로 하여금 욕망을 정교하게 조작할 필요성을 일깨웠다.

한때 미국의 신좌파 운동을 보면서 왜 그들은 계급적 한계와 분파적 이해를 뛰어넘는 운동형태로 나아가지 못했는지 답답해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미국에서나 유럽에서나 그들이 꿈꿨던 혁명은 해프닝일뿐이었으며 그 해프닝은 마치 마리화나의 환각상태와 같이 현실로의 귀환을 예정하고 있다. 환각의 경험을 가진 유럽과 환각의 경험을 갖지 않은 미국 사이의 간격은, 내 젊은 시절 동경했던 유럽과 현대의 유럽 사이의 간격만큼밖에는 되지 않는 것이다.

베르톨루치의 몽상가는 그 자신이 겪은 위대한 사랑의 시기였던 프랑스에서의 68을 기록하고 있지만, 철저하게 꿈과 현실을 구분함으로써 다소 냉소적이다.
폭력을 휘두르는 경찰병력들을 향해 화염병을 안고 돌진하는 테오와 시위대가 나아왔던 그 길을 거꾸로 되돌아 가는 매튜. 라스트신에서의 이러한 대비가 주는 카타르시스는 잔인하기까지 하다.

현실세계로 함께 돌아갈 것을 애절하게 간구하는 매튜를 향해 미소 지으며 고개를 가로졋는 이사벨.
이사벨의 미소는 꿈과 현실은 처음부터 하나가 아니었음을,
운명적으로 양갈래길에 도래해서는 서로 다른 길을 향해 나아갈 수밖에 없음을 조용히 타이르고 있다.

"매튜, 너와 나는 처음부터 하나가 될 수 없어. 너의 길을 가.
나의 길은 그쪽이 아니라 이쪽이야"

혹자는 베르톨루치가 꿈을 잃어버리고 현실에 복종하는 부르조아일 수밖에 없었음을 힐난했지만, 그 정도의 아쉬움쯤은 열흘이 넘도록 자나깨나 내 머리속을 지배했던 제안서로부터의 뜻밖의 해방을 기념한 정도로 채워질 수 있겠다.

sin city [050510]

 

미국에서 하도 열광하길래

개봉을 못기다리고 다운 받아서 감상..

 

나중에 극장판 화면을 보고서야 색감을 제대로 이해했고

영화의 예술성을 한층 더..

그런데..

 

생맥주는 마실수록 첫모금만큼의 감동에서 멀어진다고 했지 아마..

그래서 난 마실때마다

다른 느낌을 주는 다크 계열을 좋아하는데 말야..

 

sin city는 생맥주야

 

 

오페라의 유령 [041222]


흠.. 좋았어..

나쁜 교육 [040918]

"왜 모두들 웃고 있는거지?" "비웃는 거겠지.."


어제 나쁜 교육 봤으요~
오호호~ 기대이상..
시공을 넘나드는 구성과 배우들의 섬세한 감정처리

게다가 권력과 욕망의 교점에서 빚어지는 불가항력
역시 옳았습니다.
우리의 삶은 passion에 의해 지배되고 있었습니다.

엔딩에서 보여준 passion

passion이 허락되지 않는다고 여기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그로부터 십여년..
지금은 다른 모든 것들이 허락되는 상황임에도
그것 하나만 빠진 것 같다는 느낌..

| La Mala Educacion
| 감독 페드로 알모도바르
| 출연 펠레 마르티네즈·가엘 가르시아 베르날

 

 

Kids&another day in Paradise


요즘 같이 더운 날엔
이렇게 다소 래디컬한 영화가 땡긴다..

래리 클락의 첫번째와 두번째 작품인

Kids 와 another day in Paradise

그 후론 래리의 작품을 접할 기회가 없었지만,
녀석.. 맘에 든다..

심심한데 한번 찾아봐야겠다..

근데.. 내가 뻑갔던 Swingers는 어디서 구할 수 있을까..
맨~ 이상한 것들만 검색되구.. 쩝..

 

 

강혜정

아무 생각없이 살고 싶을 때가 있잖아
아무 생각없는 여일을 연기하기 위해 몇번이고 재촬영을 요구했던 강혜정에게서
그렇게 사는 법도 배울 수 있을까?

애프터 썬셋 [050827]


 

피어스 브로스넌, 우디 해럴슨

둘중 하나가 쫒는 자, 다른 하나가 쫒기는 자가 된다면 그 자체로도 괜찮은 액션물이 나올 수 있다.

게다가 셀마 헤이엑이 가세했다면 오호~ 도발적 섹시미와 액션의 쾌감.. 뭔가 감이 오지 않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가 이렇게밖에 만들어지지 않았던 이유는?

그래서 난, 이 영화를 만든 브렛 라트너가 대체 어떤 인간인지 궁금해졌다.

 

"16세에 이미 뉴욕대의 저명한 Tisch School of The Arts에서 영화를 전공하면서 주위 사람들을 놀라게 한 그는 졸업논문 Whatever Happened to Manson Reese를 통해 갖가지 학생논문대회에서 입상했다. 특히 스티븐 스필버그의 앰블린 엔터테인먼트사가 그의 후원에 나서기도 했다. 뮤직비디오를 통해 탄탄한 연출 실력을..."

 

영화적 재능을 의심할 수 없군..

게다가 007을 포기하면서까지 피어스 브로스넌이 이 영화를 선택했다면, 그리고 성룡의 러시아워 3를 현재 제작중이라면..

어쩌면 공식에 얽매인 영화제작이 그의 영화적 재능을 가둬둔 것은 아닐지

 

초반부터 자동차 추격신을 포함한 대범한 한탕 범죄

그리고 휴양도시 캐러비안의 컬러플 영상과 셀마 헤이엑의 관능미

그리고 간간이 피식피식 웃게 만드는 코미디 장치

그리고 또다시 진행되는 마지막 한탕과

반전과 또 반전

 

영화적 공식은 그것에 충실할 때 적어도 실패는 하지 않는다는 보증수표이다. 그러나 공식에 충실한 모범생이 평범하고 무난한 인생을 즐기는 동안 관객은 1+1=2의 뻔한 답에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

이젠 50분짜리 단막극에서도 볼 수 있는 극 진행의 공식을 굳이 극장에서까지 봐야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는 거다.

 

#1. 영상이 예쁜 것은 감독이 뮤직비디오 경험이 많아서가 아니라 주무대인 캐러비안이란 곳이 아무데나 카메라 들이대면 예술적 영상이 나오는 곳이기 때문이고

#2. 20캔도 안되는 하이네켄을 나눠마시고 남성미 넘치는 형사와 도둑이 만취한 것은.. 나로서는 비웃지 않을 수 없고

#3. 영등포 롯데 시네마가 왠만해선 앞사람에 스크린이 가려지지 않는다는 점은 영화를 밀착해서 보는데 오히려 방해가 될 수도 있다는 것.. 아니다.. 이대로, 죽은 순 없다에서는 안그랬다.. 이 영화만 그럴거다

 

싱글즈 [다시보기050824]


 

서른살에 영화를 보면서

서른살에는 일도 사랑도 좀더 행복하게 채워질줄 알았다던 장진영의 대사가 뇌리에 주렁주렁 매달렸다.

 

옆에 있던 녀석에게 "삼십대도 괜찮아" 라며

조금은 작위적인 자신감과 당당함의 미소를 지어보이며

극장을 빠져나왔었다.

 

그 말에 책임지기 위해 꾸준하지는 못했지만

순간순간 열심히 노력하며 지내왔고

 

그리고 서른 둘..

문득 고개를 들어보니 일도 사랑도 만신창이

 

그래도 또 그렇게 웃는다.

여전히 삼십대.. 괜찮다.

이대로, 죽을 순 없다 [050823]

 

이범수, 손현주, 최성국
캐스팅이 이쯤되면 여러말 필요없이 그냥 웃겨주면 그만이다

 

배우들의 가치를 깎아내리려 하는 얘기 아니다.
이범수가 연기했던 감사용, 완전 감동이었고 싱글즈에서도 절제가 몸에 밴 30대 싱글의 역할을 훌륭히 해냈다.
왕년에 잘나갔던 드라마 '첫사랑'.. 손현주가 시청자들 눈물 쪽 뺐다.
진지버전 최성국의 '8월의 신부'도 난 눈을 떼지 못하고 봤다. 물론 당시 잘나가던 김지호때문이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셋이 뭉치면 관객은 다른 생각 못한다.
그냥 제발 웃겨만 주기를..

어줍잖은 감동주려 하지 않기를
어줍잖은 반전으로 좀전의 웃음을 퇴색시키지 않기를

 

기분도 꿀꿀한 탓에 좀 더 진하게 웃어주고
오버해서 킥킥거렸지만
딱 고시간뿐이다.

 

범수가 결국 죽고
강성연이 덜 망가졌고

 

대본없이 연기했어도 될만큼 초라한 캐릭터에 비해

최성국이 아까웠기 때문이었다.

 

 

2005년 6월 26일 일요일

생활이 시가 되는 날까지

 

 

격정의 몸짓으로 춤은 추어도

격정의 맘짓으로 시는 못 쓰나 봅니다.

 

내공의 차이겠죠..

 

사랑할 사람을 찾아 헤맬때는 사랑의 언어가 입가에 맴돌더니

막상 그 사람에게는 그 언어로 말도 못건네고

 

그 사람을 떠올리며 시를 쓰다가는

보고 싶은 마음이 앞서

연신 백스페이스만 날려 대네요

 

그래도

가슴 뛰는 사랑이 오래오래 지속되어

한줄 문장으로 표현 못하는

아름다운 나날들이 가득해지기를 기원합니다.

 

그렇게 엮은 나날들로 내공이 깊어지면

그때는 감정 가득한 사랑보다

그 사람과 함께 하는 생활의 언어들이

시가 되는 날이 찾아올테니까요..

 

 

2005년 3월 17일 목요일

무궁화 꽃이 피었〃으면 좋겠〃습니다

 

 

김진명의 소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읽으며

설령 그 꽃이 핵의 그것이었다한들,

가감없이 민족적 자존심으로 이해했던 독자로서

요즘같은 세상에
하루에도 백번쯤은 정말
무궁화 꽃이 피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누가 됐든지간데
서울에서 유채꽃이 피었으면 좋겠습니다.

무궁화와 유채꽃
나는 그러고 보니,

이문열만큼의 철저한 민족주의자도 아니면서,
누구처럼 철저한 정당론자도 아니면서,

비록 동경하지 않아도
상황에 따라 내 사고를 전개할 수 있는
자유인임을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이미 내 안에 무궁화꽃과 유채꽃은 피어 만드러 졌습니다.
애당초 나는 아나키스트일 수 없는 씨앗이었을런지 모릅니다.

 

 

2005년 2월 11일 금요일

혼나야겠어

 

 

메마른 겨울 산비탈을 뛰어오르다

금새 숨이 턱까지 차올라 멈춰선 자리

지난해 가을 내뱉었던 가쁜 숨이
세찬 회오리 바람이 되어
나무라듯, 투정하듯 양볼을 꼬집더니
등뒤에서 와락 끌어 안는다

지금쯤 머리위에선 모락모락 더운 김이 오르겠지

새해를 시작하고
탁상 달력 250 아트 한장을 넘기기까지
침상에 몸을 기대고, 타인에 마음을 기댄채
안위를 즐긴 나

혼나야겠어..

2005년 1월 5일 수요일

겸사겸사

 

 

'겸사겸사'

그에 대한 현재진행형의 내 그리움을 감추기 위한 부사

'그냥' 보다 적극적이지만, 보다 전략적

때로는 첫번째 '사'와 두번째 '사'를 만들기 위한 적극적 사전행위를 동반하기도..

근본적인 이유는 주로 3rd 또는 4th에 자리함

종결어미는 '-하고', 예를 들어 -고, -고, -고, 보고 싶기도 하고.

또는 말끝을 얼버무려 말없음표로 대신하기도,
예를 들어 -고, -고, -고, 보고 싶기도 ···

3rd 또는 4th에 위치한 이유들에 더욱 귀기울여 주었으면 하는 바램을 내재.

쉽게 들킴.

따라서 청자(聽者)의 반응에 따라
화자(話者)의 의도가 왜곡되기도.

왜냐하면 청자(聽者)는 화자(話者)의 진정한 의도를 뻔히 알기에
나열된 몇가지 '사'들 중 어느 하나에 집중하는 것으로 간접적 의사표현을 함.

만약, 화자의 의도와 청자의 화제가 일치되지 않을 땐,
본래의 의도를 과감히 폐기하는 것이 화자의 바람직한 두번째 전략

그 반대 상황은 좀처럼 일어나지 않기에 논의의 가치가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