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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10월 16일 일요일

소금

 

 

오늘의 말씀 주제는 소금이었습니다만
내내 딴 생각만 했습니다.

 

사돈댁에서 아이를 가진 동생을 위해 사골을 끓여 보내왔는데
동생의 까다로운 식성탓에 우리집 식탁 차지가 되어버렸네요.

 

소금을 더할 필요도 없이 간을 해서 보내셨더군요.

아버지는 그마저도 부족하셨던듯
식탁에 놓인 소금을 한숟가락 듬뿍 떠 간을 더하셨습니다.

 

음식을 짜게 드시는 아버지의 식성이 못마땅하던 차에
평소보다 더 강하게 아버지를 나무랐습니다.

 

자극적인 음식에 계속 길들여지면
그땐 아예 음식의 맛을 가늠할 수 없게 되버린다고
매운 음식 한달만 끊고 살면
그제서야 자신이 먹는 음식이 매운 줄 알게된다고

 

입에서 못느낀다고
몸이 그 소금의 과함을 모를 줄 아느냐고
그렇게 계속 짜게 드시다가 건강 잃으시면
그땐 나 몰라라 할거라고
.
.
요즘 설교시간엔 그 사람에 대한 생각이 더더욱 떠날줄 모릅니다

 

그 사람이 지나치게 행복해지지 않았으면
그 사람이 지나치게 불행해지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자극적인 삶속에서
내가 그 사람에게 주었던 의미들이 영영 무뎌져

 

내 목소리
내 웃는 얼굴
내가 그 사람의 손을 잡을때 느꼈던 체온마저
기억할 수 없게 되기를 원하지 않기 때문이죠.

 

나를 만나 얼마지 않아 그 사람이 많이 아팠던 적이 있습니다.
지금 또 그렇게 아프답니다.
그 사람이 예전의 그때보다 더 많이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기도했습니다.

 

 

2005년 10월 13일 목요일

찰리와 초콜릿 공장 [051011]

 

 


 

찰리는 정말 세상에서 가장 운이 좋은 아이다.

 

어린이를 위한 동화의 세계에서는

가장 평범한 아이가 가장 운이 좋다.

평범하다 못해 보통사람들보다 못난 주인공이

언제나 해피엔딩의 주인공이다..

 

'그리고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넌 그냥 운이 좋은 애로구나

.. 찰리와의 첫만남에서 윌리웡커가 말한다.
넌 참 정직하구나..

초콜릿공장으로 함께 떠나자는

윌리웡커의 제안을 거부한 찰리에게 윌리웡커가 말한다.

 

운이 좋고 정직하고..

그러나 초딩때 내가 배운

착한 어린이의 덕성대로라면

길에서 주운 돈으로 헐레벌떡

초콜릿을 사러 달려가는 어린이가 정직한 어린이는 아니다.

물론 찰리의 경우

그 돈으로 초콜릿을 사러 달려간 이유가

초콜릿이 먹고 싶어서는 아니었다.
오히려 '골든 티켓'의 행운을 사기 위한 것이었는데..


그렇다면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길에서 주은 돈으로

허겁지겁 달려가 로또를 구입하는

철없는 어른의 형상이 떠오르지 않는가?

 

행복, 행운 .. 할 말이 없군

 

김윤아의 노래중 '아이들은' 이란 노래가 있다.


'아이들은 착한 주인공이

행복해지는 동화를 듣고 자라나지
아름답게 착한 사람들은
모든것을 다 갖게 된 다 배우지'

 

착한 사람이 가진 가장 큰 무기는 '행운'이라고 동화는 얘기한다. 

 

그러나 아이들은 자라면서 상처를 통해 알게 된다.
'행운'은 착한 사람의 몫이 아닌 경우가 더 많다는 것을..

 

영화 '초콜릿 공장'은 그런 의미에서

어른을 위한 동화는 아니었다.

 

영화의 마지막에

다음과 같은 나레이션이 삽입된다면 모를까..

 

'이렇게 운으로 초콜릿 공장을 거머쥔 찰리는

결국 초콜릿 공장을 말아먹었고

윌리 웡커는 찰리에게 초콜릿 공장을 맡겼던

자신의 경솔함을 탓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게 됩니다.

 

그리고 찰리는 너무 빨리 사그러든

자신의 운을 원망하고 신세를 한탄하며 떠돌아 다니다

어느 눈 내리던 날 밤

자신의 옛 고향집 앞에서 쓸쓸히 잠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