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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7월 17일 목요일

아주 오래된 농담





분홍 혓바닥을 낼름거리던 현금이의 매력에 이끌려
이틀을 꼬박 영빈이의 시각으로 그가 본 우리 사회의
가부장제와 자본주의의 모순을 들여다 보았다.


의사, 재벌, 미국에서 금의환향하는 형제,
불륜, 이혼, 남아선호


TV 일일 드라마에서 천대받아 이제 '사랑과 전쟁'에서나
단골소재로 등장하는 이들 소재들이 여전히 우리 사회의
병리적 치부를 드러내는데는 안성맞춤이다.


비슷한 조건에서 전혀 다른 인생을 전개해가는 현금과 영묘,
애지중지하는 그녀들이 겪는 존재감 찾기에 힘을 보태는 영빈.
영빈은 그러는 동안 아내인 수경을 가부장제와
자본주의의 굴레속에 가둬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소설의 마지막에
경호의 죽음에 대비되어 등장시킨 치킨 박의 죽음과
술이 떡이 되어 현금을 찾아갔다가 돌아오는 영빈의 무기력감은
어이없지만, 그리 언짢지 않은 농담이다.


현금이가 그 옛날 영빈과 한광에게 그랬던 것처럼
농담이 거짓말은 아니다.
그땐 그랬었는지도 모른다는 점에서 그것은 진실에 더 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