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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0월 2일 목요일

2008.10.02 목

지금 내가 서있는 자리가 어디인지를 두리번거릴때,
살아가는 일로 골치가 아프고
지친 스스로를 위해 힘을 주어야 할때,
누군가는 과거를 들여다보고, 누군가는 미래를 들여다본다.

 

나는 전자에 속한다.

 

고등학교 시절 보던 성문기본영어와 종합영어에는
들여다볼 때마다 뿌듯해지는 나의 과거가 있다.

 

학창 시절에 대해 딱히 추억할만한 것이 없지만,
우리 시대를 살아온 사람들이 대부분 비슷한 코드를

공유하는 있을 것이란 가정하에 만들어진

학원물 영화나 드라마 속에서

당시 나의 자리를 찾아내지 못하는 순간이 종종 있지만,
가끔 그 시절 친구들과 함께 한 자리에서

당시의 기억을 끄집어내는데 가장 쓸모없는 이가 항상 나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일하게 나만이 가지고 있는

가장 아름다운 추억은 성문기본영어와 최진실이었다.

학원도 다녀보고 과외도 해봤지만, 전혀 실력이 늘지 않던 영어실력의 향상을 위해 10개월여동안 혼자 성문기본영어를 완독했다.
그리고 나서 종합영어를 완독하는데는 불과 3개월이면 충분했다.

영어 점수의 향상은 대략 5개월 후쯤부터 비약적으로 향상했고
10개월이 지난 그 때에는 이미 전교에서 영어를 가장 잘했다.

 

최진실은 그 모든 과정을 함께 한 친구였다.
성문기본영어의 첫페이지에서부터 그녀와 동행했기 때문에
그녀는 지금까지도 종합영어의 마지막 페이지에 꽃여있다.

그녀의 굴곡 많았던 인생을 한번도 차가운 시선으로 보지 못한

이유는 그녀가 여전히 아름답기때문이기도 했지만
그녀를 떠올리고 그리워하는 행위 자체가 나의 청춘이기 때문이다.

 

그녀의 기사를 보기가 두렵다. 통상적인 리포트로 가득하겠지.
그녀의 아름답고 특별했던 삶에 비해서 너무 통속적이겠지.
하긴 경찰서 들락거리는 어린 사회부 기자들이

그녀를 특별하게 기억할 수 없을테니..

 

이제 그녀를 보내며
철들지 않겠다고 버팅기던 나의 청춘이 떠나감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