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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0월 20일 수요일

PMP 사용기


지난 영화를 꽤나 열심히 수집해 보던 시절이 있었다.
PMP를 구매하고 싶다는 충동은 이렇게 영화에서 시작됐는데,

마침 거기에 사회조사분석사니 엑셀, 파워포인트, 포토샵 등등 동영상 강좌로 공부도 해야겠다는 욕구가

구매욕구를 한층 더 부채질했다.

그러던 2005년 1월 드디어 아이스테이션 V43 네비(20G)를 질러버렸다.

왕복 출퇴근길 하루 한 편의 영화를 보던 만 2년 이상의 일상이 시작된 것이다.

 

 


 

그런데 이 V43에는 가족들 중 일부만 아는 공공연한 비밀이 하나 있다.
별도로 구매해야 하는 지상파 DMB 수신기까지 구매해 심취해 있던 2007년 봄,

술에 취한 귀갓길에 택시를 탔다가 가방을 통째로 분실한 것..

하필 아주 못된 놈의 택시 기사를 만나 분실한 물건을 하나도 되찾지 못할 지경에 처했다.
택시 기사의 내연녀로부터 가방을 돌려주는 조건으로 모종의 거래를 제안받고는
되찾을 것이란 일말의 기대마저 송두리째 사라졌다.

 

그러나, 또 한가지 문제는 워낙 아침 저녁으로 끼고 다니던 기기라,

가족과 주위 사람들에게 분실 사실을 은폐키위해 PMP를 다시 구입해야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게다가 이미 버전업된 T43이 출시됐기 때문에 기존의 V43이 아닌 T43 네비(60G)를 구입하는

대범함을 보인다.ㅎㅎ


분한 마음을 간신히 떨져내고 T43에 적응하며 지낸지 수개월..
어느날, 아이스테이션 강북서비스센터에서 전화가 걸려왔다.

V43 한 대가 AS 접수됐는데 기기의 시리얼을 조회해보니 분실신고된 기기인지라

곧장 내게 연락을 취했다는구만

이런 우여곡절 끝에 되찾게된 V43은 잠시 동생의 차지가 됐다가 지금은 깜깜한 서랍안에 모셔져 있다.

 

언제부턴가 강좌는 커녕 영화 보기도 질리고..
DMB 기능마저 휴대폰에 자리를 양보하기에 이르니 PMP는 거의 무용지물 신세가 되고 말았다.

게다가 넥서스원을 구입한 이후 스마트한 세상에 푹 빠져지내노라니 PMP 따위는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이랬던 PMP가 다시 빛을 보게된 건 아이러니하게도 스마트폰 기기인 넥서스원 때문이었다.

 

프로야구 포스트시즌이 시작되자 승부를 떠나 야구인의 한 사람으로서 중계는 시청해야했고,

넥원으로는 DMB를 시청할 수 없으니 당연히 PMP에 손을 뻗은 것..

간만에 집어든 PMP는 어찌나 천대를 받았던지 이어폰 접촉부위가 불량인 상태였고

호사스런 AS센터의 손길을 거친 후에야 화려하게 재기에 성공했다.

 

퇴근길 버스안에서 무릎에 놓인 가방 위에 T43과 넥원을 나란히 놓고 포스트시즌을 감상하는 재미는

꽤 쏠쏠했다.

기왕이면 한국시리즈가 오래오래 지속되기를 기대했건만 4전 전승으로 싱겁게 끝나버려

부활한 PMP는 또다시 용도를 다했다.

 

내년 프로야구 시즌이 재개되기까지는 아마도 서랍 속이 제자리가 될 듯하다.

예전같으면 이런 T43의 처지에 측은지심을 느꼈을 법도 한데, 그래서 영화라도 한편 봐줄 법도 한데,

도무지 측은하지가 않다.

 

강을 건너면 배는 버려야지. 고맙다고 산으로 끌고 갈 수는 없는 일이다.

버려지고 나니, 체화가 됐나보다.

 

 

PS -----------------------

 

V43이 필요하다는 요청이 있을 시, 양도 의향 있다. T43 말고..

요청 주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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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0월 7일 목요일

가십따윈 필요없어

 

 

오늘 아침, 탤런드 김지수씨의 음주 뺑소니 혐의에 대한 네이버 최신 뉴스가 무려 150건에 이른다.

대한민국에 참 언론사 많네..

『월든』- 잘 안 읽히는데 꾸역꾸역 요즘 읽고 있는 책 -에서

헨리 데이빗 소로우는 뉴스와 가십에 대해 이렇게 얘기한다.

 

'철학자에게 소위 뉴스라는 것은 모두 가십에 지나지 않으며

그것을 편집하거나 읽는 사람은 차나 마시고 있는 늙은 부인네들인 것이다.

그런데 이 가십에 걸신 들린 사람이 적지 않게 있는 것 같다. (중략)

영국에 관해 이야기하자면, 그 나라에서 발생한 중요 뉴스 가운데 가장 최근 것은 1649년의 혁명이었다.

당신이 영국의 1년 평균 농산물 수확량을 이미 알고 있다면, 영국의 농업을 대상으로 한 투기에 관계하지 않는 한 이 문제에 다시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될 것이다. 나처럼 신문을 별로 보지 않는 사람이 판단한다면 외국에서는 새로운 일이 전혀 일어나지 않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것은 프랑스에서 자주 일어나는 혁명을 포함해서 하는 이야기이다.'

150번의 반복 학습을 강요하는 언론 시스템이 참 거북스럽게 느껴지는 아침이다.

김지수에게 측은지심을 느껴 동정을 바란다는 얘기는 아니다.
권상우를 용서해서는 안되는 것처럼..

 

 

2010년 10월 5일 화요일

트위터 리스트를 만들다가..

 

트위터 팔로잉이 너무 늘어서, 지난주, 짬나는대로 추려냈다. 엄청..
그리고 이번주엔 리스트를 좀 더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분류를 시작했다

직관적으로 목소리의 크기에 따라 분류를 할 수 있겠다, 크다/작다
그리고 목소리의 성격에 따라서도 분류를 할 수 있겠다. political/non-political
...
어느 누군가의 리스트를 참고로 봤더니,
그 사람에겐 나에게 없는 movement가 있었다.

참, 오랫동안 안썼던 말이다.

크다/작다, 정치적이다/비정치적의 기준으로 분류할 수 없는,
movement를 말하는 사람들을 리스트에 참 잘 담아놨더라.

나도 따라해야지. 그리고 경청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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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에 노트 기능이 있더라.

짧은 글은 트위터, 그보다 좀 긴 글은 페이스북, 더 긴 글은 블로그라고 생각했는데,

페이스북의 노트는 아주 긴 글도 담는다.

 

새로운 기준이 필요하다 ㅠㅠ

 

2010년 10월 1일 금요일

배추 이야기



며칠 전 시작한 페이스북을 통해 후배가 감기 조심하라는 안부를 전해왔다.
친구 맺고 처음 전하는 의례적인 메시지라고 판단해
페이스북 초보자로서 뭐라고 답을 해야할지 살짝 망설여지다가 퇴근길에서야 코멘트를 남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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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감기 오나보다..
트윗질 페북질에 열중하느라 눈이 피곤한줄 알았는데 몸살기운이 눈부터 슬슬 괴롭히는 중이었나봐. .
지금은 코와 입술까지 전파됐다

이게다 채소를 못먹은 때문인게야
비타민과 무기질 섭취를 못하니..
언제쯤 인간은 비타민이 듬뿍 첨가된 돼지고기를 양산해낼 수 있을까
아니면.. 돼지껍대기가 야채를 대신할만큼 비타민 성분이 추가돼서
단지 돼지고기를 돼지껍데기에 싸먹는 것만으로 영양균형이 조화를 이룰순 없을까?

내가 생각해도 기발한데..
이건 내가 특허내기전까지 절대 손대지 말아라
내가 퉷퉷퉷 침밷어놨다

상추깃털이 달린 돼지. 깻잎을 퍼덕이는 닭은 어떠냐?
어차피 닭은 날아다닐 일 없을테니까..
내가 너무 진지한거니?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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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추 등 야채값이 비싸서 고기 먹을 때 난감하다는 얘기를 추석연휴가 시작되기 전부터 들어왔으니
벌써 한달도 훨씬 넘었나보다. 그보다 더 오래전부터 시작됐는지는 모르겠지만, 토달지는 말고..

날씨 탓이니 어쩔 수 없겠거니 생각을 했는데,
발빠른 민주노동당이 이 대중적이고 서민적인 이슈를 정치적 이슈로 부각시켰다.
(민주노동당 홍보할 의도는 없으니, 아래 민주노동당 주장 보기 싫으면 재빠르게 스크롤 다운 ^^;)



제2야당인지, 제3야당인지 가물가물하는 민주노동당이 이렇게
대중적이고 서민적인 이슈를 정책문제화해 문제제기를 하는동안,
청와대와 한나라당은 물론이고 제1야당이라는 민주당 조차 팔짱만 끼고 있으니 곱게 보일리 없다.

게다가 민주당은 지금 당대표를 선출하는 전당대회를 앞둔 와중이라
정체성과 도덕적 흠짓 들추기에 여념이 없으니 답답한 노릇이다.
배추값 때문에 전당대회를 미룰 수는 없고, 왜 진작 당대표 후보들은 배추값을 이슈화하지 못했을까?
그만큼 국민들의 한숨소리에 귀 기울이지 못했기 때문이지 않을까?


가만히만 있으면 중간이나 갈 일인데, 청와대가 이 논쟁에 불을 붙였다.

대통령이 나서서 "양배추 먹겠다"
장관이 나서서 "김장 조금만 담가라"

4대강이 배추값에 영향을 미친 영향은 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고 언론이 알아서 두둔하는 와중에
이러고들 있으니 욕을 안먹을 수 있나..

게다가 언론이 두둔을 하다못해 SBS 뉴스 앵커가
'대통령이 물가를 모르고 엉뚱한 말을 했다는데 그게 비난받을만한 일이냐'는 식으로 말을 했다가
네티즌들의 뭇매를 맞고 있다.

신동욱 앵커의 발언 원문
펼쳐두기..

본인이 의문이면, 그냥 혼자 꼴똘히 생각해보거나
주변에 바른 판단을 가진 사람들의 의견을 경청할 일이지.
방송에서 사사로이 자신의 의문을 해소하려니까 사단이 난게지.
넌 이제 혼났다. MB가 지른 불에 기름 부었다고.

중국산 배추를 들여온다는 정부의 정책도 또 논란이 되고 있다.
진작에 대응했어야 할 일을 날씨 탓만 하고 손 놓고 있다가 뒤늦게 수습하려다
방역기준이나 절차마저 무시하거나 간소화해서 들여오는 것 아닌가 하는 의혹이다.

아, 또다른 의혹 하나더..
혹시 문어 머리 먹지마라, 꽃게 먹지마라 했던 식약청 발표도 배추 논쟁을 피해가기 위한 연출이 아닐까?

배추의 난이라고 해두자.
이 난이 어디서 시작됐는지는 날씨 탓이었는지, 4대강사업 탓이었는지는 내년이 돼봐야 더 확실해지겠지만,
이번 김장철은 어찌 날지, 내년 봄은 또 어이 날지 의문이다.
한동안 배추 갖고 이러쿵 저러쿵 말들이 많을 듯..

내가 후배에게 했던 상추 달린 돼지, 깻잎을 퍼덕이는 닭 아이디어를 흘려듣지 말고,
빨리 착수해야 할런지 모른다.

참고로 난 이미,
배추속에 마늘, 고추, 생강 등 김장양념이 함께 재배되는
New 김장배추 품종까지 생각을 진화시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