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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2월 27일 월요일

<하울링>의 파트너십 역학조사(스포일러 가득)

상길의 아픔을 은영이 본다.
은영의 아픔을 상길이 본다.
서로의 처지를 공감하고 파트너십을 형성한다.

질풍이 은영의 아픔을 본다.
은영이 질풍의 아픔을 본다.
서로의 처지를 공감하고 파트너십을 형성한다.

정아의 아픔을 강명호가 본다.
강명호가 질풍에게 애정을 쏟는다.
정아의 아픔이 질풍에게 전해진다.
강명호와 질풍은 상호의존적 파트너십을 넘어, 서로가 서로에게 분신이다.

은영과 질풍은 파트너십을 넘어서는 관계로 나아갈 수 있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은영은 자신이 형사임을 자각하고 있었던 반면,
강명호는 본분을 상실한지 오래다. 이조차 질풍에게 그대로 전해졌다.
숨을 거두기까지 강명호가 포기하지 않았던 것처럼
(마지막 타겟이 누구인지 발설하지 않은 것)
질풍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이 영화는 새드앤딩도 해피앤딩도 아니다.
게임이 끝나고 우리는 각자의 위치로 되돌아간다.

한시적인 파트너십은 끝이 났다.
p.s. 상길과 은영이 사귀는 걸로 끝났으면 큰일 날뻔했다. ㅋ

2012년 2월 25일 토요일

<강냉이와 나>

만해마을의 문인의집 1층 로비 한켠에는 각종 국내 문예지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황해문화>>, <<창비>> 등 문예지를 한종 구독하려고 비교하던차여서 반갑게 둘러봤다.

그리고 가장 먼저 펼쳐든 책이 황해문화였는데 뜻하지않게 횡재했다.




2012 이상문학상 수상작인 김영하의 <옥수수와 나>를 패러디한 <강냉이와 나>
-사진 속에 보여지는 것처럼 리믹스라지만ㅋ- 
<옥수수와 나>를 흥미롭게 읽은 나로선, 이 <강냉이와 나>를 '깔깔깔깔' 소리를 내며 배꼽 잡고 읽을 수밖에 없었다. 
당연히 구독할 문예지는 <<황해문화>>쪽으로 기울었다. 




















2012년 2월 24일 금요일

아마추어리즘의 탄생, Invention of Amateurism

1. 조직의 태동기에는 창의성과 추진력을 가진 리더의 역할이 결정적이다. 거의 전부라 할 수 있다.

2. 초기에 리더가 제시한 핵심 컨텐츠의 시효가 다한 후, 조직이 다음 컨텐츠를 개발하고 실행해야 할 때가 온다. 이때까지만해도, 리더의 창의성과 추진력이 전체 구성원들의 그것을 압도하기 때문에 구성원들이 제시한 컨텐츠는 리더의 마음에 차지 않는다. 결국, 리더가 제시한 컨텐츠가 채택된다.

3-1. 지속적으로 구성원들의 아이디어가 채택되지 못하면서, 리더는 조직운영에 있어 자신의 결정적 역할에 점차 익숙해진다. 리더는 "구성원들은 내 수족에 불과하다"고 여긴다.

3-2. 구성원들은 두가지 부류로 나뉜다. 리더의 조직운영 방식이 독선적이라고 생각하는 부류는 리더와의 갈등을 회피하기 위해 조직을 떠난다. 쫒겨나기도 하잖아? 또다른 부류는 리더가 제시하는 컨텐츠를 실행하는 것만이 자신의 역할이라고 여긴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개발해야할 동기를 갖지 못하는 것.

자, 이제 조직에는 리더의 구미에 맞는 부류만 남았다.
리더는 이때가 오기전에 R&D부서를 만들고, 불만자들을 R&D부서로 보냈어야 했다. 이제라도 R&D부서를 설치했다면 그나마 다행이다.

4. 구성원들에 대한 리더의 이러한 인식이 지속되면서, 리더는 구성원에 대한 보상을 늘이지 않는다. 조직은 임금인상을 원하는 숙련자 대신 저가의 임금을 감수하는 신입을 선호한다. 그러나, 모든 숙련자가 임금인상을 요구하며 조직을 떠나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는 부류가 있다.

5. 이들은 숙련된 노하우를 바탕으로 맡은 업무를 빠르게 처리하는 대신 여가시간을 가지길 원한다. 스스로 새로운 컨텐츠를 개발하지 않을뿐만 아니라, 익숙하지 않은 일이 새롭게 주어지는 것에 강한 거부감을 갖는다. 이들의 무기는 축적된 경험이기 때문에 "이런 단호한 워딩은 캘리그라피로 표현하기 보다는 명조체가 낫지", "지난 대선에서 권영길 후보도 점퍼를 입을까 정장을 입을까 고민하다가 정장을 선택했단 말이지", "OO동은 재개발 예정지이기 때문에 박원순 시장에 비호감이야"라고 말한다.

아주 짧은 기간이지만, 선거라는 역동적 상황만큼이나 선거캠프 조직구성도 격동적으로 요동친다. 조직을 다스리지 못하는 리더가 선택되어서는 안된다. 그들 중 일부는 숙련된 아마추어들로 구성된 조직을 이끌고 있기 때문이다.
프로페셔널과 아마추어의 차이는 퇴적된 경험의 양이 아니라, 상황을 바꿀 수 있는 상상력을 가지고 있는가의 여부로 평가되어져야 한다.

2012년 2월 23일 목요일

"할말없다"

앞으로 이 과일의 이름은 "할말없다"라 부르기로 한다





사과를 받아주던 안받아주던, 용서를 하던 용서를 하지않던 그건 부차적인 얘기다.
사과를 했느냐 안했느냐가 우선이다.

2012년 2월 20일 월요일

채선당, 막말녀, <씨민과 나데르의 별거>

주말동안 천안의 채선당에서 벌어진 사건으로 시끌시끌했다.

임산부가 종업원에게 폭행을 당했다는 얘기를 듣고,
영화 <씨민과 나데르의 별거, A Separation- Jodaeiye Nader az Simin>이 떠올랐다.

대체 그녀와 또 그녀는, 어떤 일로 인해 부정적 나비효과가 만들어낸 토네이도에 휘말렸을까
영화에 대입해 그 종업원과 임산부의 상황을 이해해보자면, 서로간의 다툼과 폭행 전 겪은 어떤 일들이 그러한 부정적 결과로 귀인되지 않았을까 짐작을 해본다.

영화에 몰입된 때문에 필요이상의 과도한 이해심이 발휘된 걸까?

그러다가, 주말 저녁을 뜨겁게 달군 '지하철 4호선 막말녀' 논란을 얼핏 보고는, 이란의 전통사회에서 사법적 심판보다 우위에 있는 코란에 대한 경외심과 도덕적 자아만이 행사할 수 있는 명예란 것이 우리에게는 있는지 잠깐 혼란스러웠다.

집단적으로 감시하고, 고발하고, 신상을 터는 전체주의를 상식이라 여기는 사회를 고육지책으로 받아들여야 할 정도로 이 사회의 자기성찰 수준이 낮지 않기를 바래본다.

P.S.
당시 영화를 보고나서는, '모든 개인적인 것은 정치인적이다'라는 말에 공감을 했었는데..
이제보니, 사랑은 좀 개인적인 차원에 남겨두고 비밀스럽게 관리할 필요가 있겠더라

2012년 2월 2일 목요일

대통령에 누를 끼친 그들

허위 경력과 거짓말 해명 논란에 휩싸여 임명장도 받지 못한 채 사퇴한 진영아 공직후보자추천위원회(공천위) 위원 사태를 보며 여러 사람이 떠오른다.

"당에 누를 끼치지 않기 위해 자진해서 사퇴한다"는 그의 사퇴의 변 때문이다.
※ 누(累) : 남의 잘못으로 말미암아 받게 되는 정신적인 괴로움이나 물질적인 손해

뜬금없이, 대통령에 누를 끼친 사람들을 돌이켜볼까?

가장 먼저 떠오른 인물은 김태호 전 총리 후보자(2011.3)였다. 그는 당시 불거졌던 박연차 게이트와의 연관성을 부인하면서도, "대통령에 누를 끼치지 않기 위해 자진해서 사퇴한다"는 말을 남기고 총리 공관을 떠났다.

이 외에도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2011.1), 이영호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2010.7),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2009.7), 박영준 청와대 기획조정비서관(2008.6), 박미석 청와대 사회정책수석(2008.4), 남주홍 통일부장관 후보자와 박은경 환경부 장관 후보자(2008.2) 등도 같은 말을 남기고 자진해서 물러났다.

문제는, 이렇게 누를 끼친 사람들이 여전히 승승장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박영준 씨는 '청와대 기획조정비서관→ 국무총리실 국무차장→ 지식경제부 차관'까지 지냈고, 현재 CNK 주가조작 사건의 핵심인물로 지목받고 있다.

김태호 씨는 대통령에게 누를 끼친지 한달만에 보궐선거에 출마해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대통령에 끼친 누는 무겁게 여기면서, 국민에게 끼친 누는 가볍게 여기는 그들이 있는 한, 진영아 사태는 무한반복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