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점령하기만 하면 천혜의 수성 요건을 제공한다.
파리로 가기위해 유로라인을 타고 야간에 도버를 건넜다.
항만에 들어서면 좌우로 깊은 협곡을 이루고 있는 화이트 클리프의 위용에 압도당한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로 어깨마저 오돌오돌..
줄지어 선 유로라인 버스가 거대한 페리에 탑승을 마치고 갑판위로 자리를 옮겼다.
눈앞에 버티고 선 클리프에 주눅이 든다. 숨이 멎기를 여러차례.
클리프를 힘차게 발로 차고 거대한 배가 움직인다. 이 배도 꽤 컸지만 클리프 앞에서는 여간 초라하다.
영국에 오게 된 것과 관련해,
나의 선택이라기 보다, 밀리고 밀려 이곳까지 오게되었다는 생각을 했다. 이제 영국을 잠시 떠나오는 이 순간에도 클리프는 내가 탄 배를 칠흑같은 어둠속으로 밀어내는 듯 했다.
하지만 클리프는 미동도 하지 않았고 내가 탄 배가 스스로의 힘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무언가에 격하게 얻어맞은 듯 충격적인 발견이었다.
사람들과의 관계가, 나의 주위세계가 결국 내가 허락지 않았으면 내게 있지 못한 것들이란 생각을 했다. 내가 청하지 않았음에도 내게 와 있는 것들을 한 손에도 꼽지 못했다.
앗! 뜨거!!
타들어간 담배를 검지 손가락으로 튕겨 끄다가 불심이 청바지 오금에 앉았었나 보다. 구멍이 났다. 내게 일어난 대부분의 현상들은 내가 저지른 일들의 결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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