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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25일 일요일

어린 시절 나의 알바는 선배들의 레포트를 타이핑해주는 것이었다. 손으로 쓰는 레포트 시대를 살아온 늙다리 선배들은 컴퓨터로 편집해 제출하는 레포트 시대로의 변화에 쉽사리 적응하지 못했다. 
취업공부와 학점 관리를 병행해야 했던 그들은 한때 거리에서 꽃병과 쇠파이프를 가까이 하던 당대 진정한 워리어들이었고, 그런 명예에 걸맞게 -키보드 워리어가 좌파진영을 선도하게될 세상을 내다보았던 것일까- 좀처럼 키보드를 가까이 하지 않으셨다. 
그런 선배들의 레포트를 타이핑해주는 일은, 독수리 50타를 결코 부끄럽게 여기지 않았던 그들의 명예를 지키는 일이자, 노동의 대가로 얻은 진한 술자리를 통해 나의 네트워크를 넓혀주었음은 물론, 플로피 디스크에 차곡차곡 쌓여나간 레포트 초고들은 두고두고 나의 대학생활에 여유시간을 공급해 주었다. 
그런 과정을 통해 정립한 알바의 원칙은, 곤란한 상황에 처한 사람을 도울 것이며, 인적 네트워크의 깊이와 폭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며, 포트폴리오를 풍성하게 해야한다는 것이었다. 
바빠죽겠다가 모처럼 쉬는 날 이런 원칙에 부합하는 알바 요청이 있어서 거부할 수가 없다. 
역시 원칙이 있으면 피곤하다. 

2014년 4월 30일 수요일

'왜 가슴아픈 사건을 정치와 연결시키느냐' 말하는 이를 대하면 굴곡 없이 살아온 그를 축복해주고 싶다. 
그리고, 그에게 그런 삶을 허락한, 가족을 비롯한 주변 친구들을 축복해주고 싶다. 그들 덕분에 정치에 기대지 않고도 그런 삶이 가능했을테니까. 
다행스럽게도 나 또한 그런 유복한 사람에 속한다. 
발버둥 치면 칠수록 법과 제도가 옥죄고, 구조적인 굴레가 무게를 더해 짓누르고, 내 편인줄 알았던 사람들이 하나둘 자신을 외면하는, 그런 상황을 맞닥뜨리지 않았으니까. 
그런 상황을 맞닥뜨린 이들이 의지할 곳이 공교롭게도 종교와 정치 밖에 없다는 건 아이러니다. 세인들이 술자리에서조차 금기시하는 그 둘이 사실은 개인으로서는 불가항력인 그런 상황을 버티거나 바꾸게 만든다. 
덧붙여, 술자리에서 종교와 정치 얘기 하지 못하게 하는건 혹시 술에만 의지하길 바라는 바커스의 질투 때문은 아닐까? 

2014년 2월 27일 목요일

침묵은 cleavage. 
자연스럽고 당연스레 여겼던 침묵의 시간은 어느덧 돌이키기 힘든 관계의 균열을 벌려 놓였다. 이래서 옛사람들이 침묵이 금이라 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