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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5월 26일 금요일

꽃잎


 

설령
당신의 사랑을 얻기에
내가 가진 결함이
백가지, 천가지나 있다손 치더라도

 

당신은 내게
백번, 천번의 미안함으로도
갚을 수 없는 상처를 주었습니다.

 

너무 흔한 당신의 이름이
플래시처럼 번뜩여
울컥 숨이 멎고
눈물이 차올랐습니다.

 

내맘 어찌할 수 없는 만큼
어찌할 수 없는 당신 맘 이해하기에
나는 이를 좌절감이라
부르기로 했습니다.

 

지나 온 봄 지는 꽃잎에
마음이 쓰여 잠시 걸음을 멈춘 자리에서
이제 그만 흩어지렵니다.

 

 

2006년 4월 7일 금요일

버스를 타고 오면 돼

 

 

 

버스를 타고 오면 돼.
지하철보다 한 이십분 오래 걸릴테지만
내가 이십분 더 기다리지머.

 

지하철 타는 걸 싫어했었지?
에스컬레이터 없는 계단
땀냄새 흥건한 지하철 손잡이와
갱도를 메우는 새까만 굉음

 

간밤에 잠을 설쳤다면
차창을 조금 열고 눈을 감아봐
눈꺼풀을 떨구고 고개를 파묻고 ZZZ

 

밤꽃냄새가 코를 간질어 눈을 떴거든
10분도 채 남지 않았어

 

내게 전화를 걸어
전화기 든 손을 창밖에 내밀어 봐
부릉부릉 엔진소리를 타고
바람처럼 내게 날아와

 

너를 마중 가는 길에 난
햇살좋은 거리를 활보하는
예쁜 아가씨들에 눈길도 안줄거야

 

매일 퇴근길에 날 유혹하는
오뎅가판에 적당히 불은 오뎅에도
벌겋게 익은 잘난 떡볶이에도
구수한 김이 어깨를 감싸안는 순대에도
발걸음을 멈추지 않을거야

 

네게 곧장 가는거야

 

내게 오는 날엔
넌 아마 그렇게 오는거야

 

 

2005년 12월 27일 화요일

이터널 선샤인 [11월 어느주말]

 

 

호기심이 고양이를 죽인다.

 

절대로 보아서는 안되는 영화도 있다.

남자의 순애보라는 영화 주제에 거부감을 느껴

'너는 내 운명'을 거부했듯이

'이터널 선샤인'도 거부했어야 했지만,

 

호기심이 고양이를 죽였다.

 

글쓰기가 상처받은 영혼을 치유할까봐..

한달 이상 글쓰기를 포기하게 한 '이터널 선샤인'

 

치명적으로 아름다웠던 이 영화.. R.I.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