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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4월 7일 금요일

버스를 타고 오면 돼

 

 

 

버스를 타고 오면 돼.
지하철보다 한 이십분 오래 걸릴테지만
내가 이십분 더 기다리지머.

 

지하철 타는 걸 싫어했었지?
에스컬레이터 없는 계단
땀냄새 흥건한 지하철 손잡이와
갱도를 메우는 새까만 굉음

 

간밤에 잠을 설쳤다면
차창을 조금 열고 눈을 감아봐
눈꺼풀을 떨구고 고개를 파묻고 ZZZ

 

밤꽃냄새가 코를 간질어 눈을 떴거든
10분도 채 남지 않았어

 

내게 전화를 걸어
전화기 든 손을 창밖에 내밀어 봐
부릉부릉 엔진소리를 타고
바람처럼 내게 날아와

 

너를 마중 가는 길에 난
햇살좋은 거리를 활보하는
예쁜 아가씨들에 눈길도 안줄거야

 

매일 퇴근길에 날 유혹하는
오뎅가판에 적당히 불은 오뎅에도
벌겋게 익은 잘난 떡볶이에도
구수한 김이 어깨를 감싸안는 순대에도
발걸음을 멈추지 않을거야

 

네게 곧장 가는거야

 

내게 오는 날엔
넌 아마 그렇게 오는거야

 

 

2005년 12월 27일 화요일

이터널 선샤인 [11월 어느주말]

 

 

호기심이 고양이를 죽인다.

 

절대로 보아서는 안되는 영화도 있다.

남자의 순애보라는 영화 주제에 거부감을 느껴

'너는 내 운명'을 거부했듯이

'이터널 선샤인'도 거부했어야 했지만,

 

호기심이 고양이를 죽였다.

 

글쓰기가 상처받은 영혼을 치유할까봐..

한달 이상 글쓰기를 포기하게 한 '이터널 선샤인'

 

치명적으로 아름다웠던 이 영화.. R.I.P.

 


 

 

 

2005년 11월 24일 목요일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

 

 

어쩌면 우린 지금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가 걸었던

하데스와 페르세포네의 지하세계로부터

지상세계로의 출구로 나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잘 따라 오고 있는 거지요?"

"네, 잘 따라가고 있어요. 기억하죠? 절대 돌아보면 안돼요."

 

빛을 향해 나아가는 우리

 

"잘 따라 오고 있죠?"

"네, 절대 돌아보면 안돼요."

 

오르페우스의 실수를 되풀이해서는 안된다.

내 안에서 죽었던 그 사람을 되살리기 위해

난 절대로 뒤를 돌아보아서도,

그 사람의 얼굴을 보아서도 안된다.

 

지상에 이르기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