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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7월 26일 월요일

6차 라이딩(10.07.25)

 

 

 

최근 주말마다 비가 왔다는 핑계와, 이것저것 복잡한 머릿속을 핑계로 자전거를 타지 않았다.

다행히 자기합리화가 좀 더 능수능란해졌는지, 과거 '에쿠우스' 연극에서처럼 런닝머신이 나에게 달려드는 꿈을 꾸지는 않았다.

(7년전쯤 런닝머신이라 불리는 트래드밀을 사다놓고 집에서 틈날 때마다 운동을 했던 적이 있었다. 운동을 거르고 퍼져누워 낮잠을 자노라면 '에쿠우스' 연극에서의 말 형상을 한 트래드밀이 나를 공격하는 꿈을 꾸곤 했다. 그래서 결국 트래드밀을 방에서 치워버린..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마지막 라이딩에서는 술이 덜깬 상태에서 나섰다가 선유도에서 회항을 했다. 불편한 호흡이 뱃속의 불편함을 가중시켰고, 공중 식수대에서 물을 배불리채웠다가 결국 모두 쏟아냈다. ㅜㅜ 집에 돌아와서 술이 깨있더라는 것이 그날의 유일한 수확이었다.

 

 

목요일, 히릿과의 막걸리, 금요일 현희와의 막걸리, 토요일 월미도에서 동언&봉신형과의 음주로 피로가 꽤나 누적된채 일요일 아침을 맞았다. 주량이 많지는 않았지만 그리고 다행히 토요일은 하루종일 쉬었지만, 오히려 토요일의 긴 휴식으로 몸이 더 치지는 느낌..

아무리 피곤해도 해만 뜨면 더이상 잠을 잘 수 없는 뼛속까지 밴 노예근성때문에 더이상의 수면을 포기한채 아침을 챙겨먹고 침대 위에서 공중파와 케이블을 넘다들었다.

출발비디오 여행까지를 시청하고는 이렇게 나태한 스스로에게 징벌을 내려야겠다는 각오로 자전거에 올랐다.

 

 

오후 1:15 집에서 출발 ▶ 3:30 광진교 도착 ▶ 휴식 후 광진교에서 3:45 출발 ▶ 6:30 집 도착

 

 

 

 

주행 거리 : 왕복 87.2km (편도 43.6km)

주행시간 : 5시간

평균시속 : 17.4km/h

 

 

o 방화대교에서 광진교로 가는 길에는 가급적 스피드를 높였다. 워낙 땡볕이라 쉬고 싶은 마음도 생기지 않았고, 어서 빨리 도달하고픈 욕심이 앞섰다. 특히, 그늘, 내리막길, 곡선코스, 사람들의 시선이 많은 곳(ㅋㅋ) 등에서는 가급적 속도를 높였다. 자전거로 2시간 50분쯤 걸릴 거리를 2시간 15분만에 주파 ㅎㅎ

 

o 파워에이드 한병을 원샷하고 돌아오는 길에 체력이 바닥 났다. 여의도까지 오는 동안 2-3차례 휴식, 허벅지 근육이 쩍쩍 갈라지는게 느껴지더니, 차츰 하반신에 감각이 없어지는 느낌까지 왔다. 슬슬, 내일의 출근이 염려도 되고, 생식능력에 영향을 미치지나 않을까.. 하는 걱정도..

잠시 또 쉬어 다리 풀고 또 한병의 파워에이드 한병 원샷

 

o 집을 나설 때는 게으름에 대한 징벌이었지만, 돌아오는 길은 그리움에 대한 징벌이었다. 이렇게 속으로만 품다가 철인되겠다 ㅜㅜ

 

 

 

2010년 2월 22일 월요일

그녀를 물었다

 

 

마지막으로 정을 준 개의 이름은 '단풍'이었다.

어느해 가을 아버지가 큰 댁에서 하얗고 작은 진도개 한 마디를 데려오셨다.
아버지는 끝내 '백구'라고 부르셨지만, 나와 동생들에게 녀석은 '단풍'이란 가을 이름으로 불렸다.

 

직장생활을 하게되면서 단풍이는 부모님이 계신 양주의 교회로 보내졌다.
양주로 보내지던 날, 차에서 내린 단풍이는 교회 앞 흙마당과 주변 텃밭을 내달리며 신이 난 듯 했다.
새로운 환경에 금방 적응할 듯해 마음이 놓였다.

 

교회 마당에는 역시 아버지에게만 '백구'라고 불리는 하얀 진도개와 '황구'라고 불리는 누런 진도개가 철창에 갖혀 있었다.
아버지와 산을 오르내리는 때를 제외하고는 거의 철창에서 지내온 그 두 놈은
태어난지 수개월밖에 안된 작은 단풍이가 제멋대로 마당을 뛰어다니는 모습을 부러운 듯 물끄러미 지켜보고 있었다.

 

아버지가 일찌감치 놈들의 저녁을 챙기며 분주하다.
소 여물을 삼을만한 가마솥에 사람이 먹다남은 음식찌꺼기들을 한데 버무려서는
들통 가득 녀석들의 저녁식사를 들고 철창 앞에 서신다.

녀석들의 빈 밥그릇을 빼내려 아버지가 철창문을 빼꼼히 여신 그 순간이었다.

 

백구가 그 큰 덩치로 철창문을 밀치고, 아버지를 밀치고 뛰쳐나왔다.

한달음에 어린 강아지 새끼에게 달려들더니, 제 머리통보다도 작은 단풍이의 몸뚱이를 한 입에 물고는 꼼짝을 않고 그 자리에 섰다.

어찌할바를 모랐던 나 역시 꼼짝 못하고 그 자리에 얼어버렸다.

아버지가 손에 들고 있던 플라스틱 바가지로 놈을 내리친다.
낡은 바가지가 몇번의 매질도 버텨내지 못하고 부서져 손잡이만 남았다.

아버지가 철창 주변에 널부러져있던 꺾어진 삽자루를 발견하고는 그것으로 놈을 더 힘껏 내리친다.

 

그제서야 백구는 단풍이를 물었던 아귀에 힘을 풀고 철창 안으로 줄행랑을 친다.

 

상처받은 짐승이 내는 신음소리가 간헐적으로 흐른다.
백구가 물었던 자리에서 붉게 피가 번진다.

 

두려움과 아픔에 온 몸을 바들바들 떠는 단풍이에게 손을 뻗는다.
안아주고 진정을 시키고 상처를 보고 싶었다.
순간, 단풍이의 작고 날카로운 송곳니가 내 손가락의 얕은 살을 관통하더니 황급히 빠져나갔다.

 

단풍이와 나의 눈이 마주쳤다.
방금 전까지 두려움에 떨던 흰자위가 지금은 붉게 충혈되어 떨린다.

녀석을 바라보는 나의 눈도 떨린다.

 

간헐적인 신음소리가 더 잦아졌다.

 

단풍이가 미안하다. 말한다.

죽을만치 밀려오는 두려움에 그만 나에게 아픔을 주고 말았다고 말한다.

나도 미안하다. 말한다.

죽을만치 숨통을 조여오는 아픔으로부터 너를 지켜주지 못했다고 말한다.

녀석의 떨리는 눈에서도, 내 눈에서도 눈물이 흐른다.


간신히 녀석을 진정시키고 나란히 응급처치를 받았다.
다행스럽게도 녀석은 커가는 동안 아무 탈없이 잘 자랐다.
간혹 부모님을 뵈러 가면 야산을 뛰어다니는 순한 눈의 그 녀석이 보기 좋았다.

그러나 단풍이에게도 나에게도 큰 아픔으로 기억될 그날,
단풍이의 그 눈빛을 잊을 수가 없다.
나의 두려움 때문에, 나의 아픔 때문에 내 소중한 사람들을 아프게하지 말아야지.

그렇게 아주 오래전에 다짐했는데.

 
나의 신경질적인 무심함으로 오늘 그녀를 물었다.
아직 좋아한다는 말도 하기 전인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