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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4월 26일 월요일

여우비야 내려라

 

내 이미지에 안어울리게 뚱딴지 같은 소리 하나 하지

어제 밤 집에 들어와 습관처럼 옷을 훌러덩 훌러덩 벗고

선풍기를 틀어놓은채

모니터를 들여다보다 배가 싸하게 아파온거야,

괄약근에 잔뜩 힘을 주고 어기적 어기적 화장실 문턱을 넘어

변기에 걸터앉아서야 이마에 송글송글 땀이 맺히더라고.. 쯧쯧



눈앞에 예전에 가지고 들어왔던 스포츠신문들을 뒤적거리다가

눈길을 끄는 기사가 하나 눈에 뛰더군,

내용인즉, 남자와 여자가 애정상대를 찾는데 있어

계절과 날씨에 따라 상반된 경향을 보인다는거야.



가령, 여자는 봄에, 남자는 가을에 땡기고,

또 날씨로는 남자의 경우 눈,비 올때, 여자의 경우 맑은 날에

사랑을 하고 싶어 안달이 난다는구만,



그래서 아까 그 자세로 쭈욱 걸터앉아 생각을 좀 더 해봤지,

주변에서 최근 왜 연애 안하냐고 자꾸 물었던 때문이기도 하고,

또 그때마다 아직은 혼자인게 좋다는 답을 생각없이 반복하다보니,

나도 긴가민가 하더라구.



사랑할 사람이 있었으면 싶기도 하고.

빗소리를 들으며 늦은 밤 쓸쓸이 변기위에 앉아 있기 때문이기도.



여우비 내리는 날이 좋을 것 같아.

호랑이 장가가는 날이라고도 하지. 마침 내가 호랑이잖아.

남자인 나도 누군가를 그리워하고

어딘가 있을 그녀도 나를 그리워할 그 날 아니겠어?


여우비만 내려봐,

그날부터 그녀를 사랑해 버릴거야.

 

 

그리움에 나를 잊는다

예전에 사귀던 여친과 빈번하게 싸우던 소재 중의 하나가 공중도덕에 관한 것이었지.
담배를 피우던 여친이었는데,
길거리에 담배꽁초를 아무 거리낌없이 태연하게 버리던 그녀였어.

그렇다고 그녀가 주변사람들에게 모질거나 심성이 고약하거나 했던 것은 아니었는데, 단지 껌종이를, 담배꽁초 등등을 서슴없이 버린다는게 나로서는 도무지 납득할 수 없는 일이었지.

급기야 길거리에서 티격태격 싸우다가,
횟수가 늘어날수록 언성이 높아지고
결국엔 내가 대신 주워 호주머니에 찔러넣어두었다가 보란듯이 휴지통에 넣는 일이 되풀이되었고.

결국은 다른 이유로 헤어지게 되었지만,

헤어지고 한참이 지나 그녀와 함께 했던 시간들을 돌아볼 때면
슬그머니 담배꽁초를 길에 버려본다.
내가 좋아하던 그녀의 몸내음이 맡아질 것만 같은 그 기분.

그리움을 핑게로, 내가 허락치 않았던 일탈을 가끔씩 자행하는... 난

아직도 공중도덕에 대한 사회적 약속을 존중하기는 하지만 그때 우리둘 중 누가 옳았는지는 꽤 오랫동안 덮어두기로 하지.
아직은 그녀가 한동안 그리움이란 이름으로 찾아들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