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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9월 20일 화요일

연애의 목적 [050624]


 

그래서 넌 키스할때 눈 뜨니?

 

주변의 왠만한 후배들은 한두번쯤 들어서 알고 있을듯..
학교 다니던 시절, 특히 정치학 시험에 대한 얘기로 주제가 옮겨가면 뿌듯해하며 늘상 떠벌렸던 얘기가 하나 있다. 장훈 교수님의 비교정치론의 기말시험은 대체로 우리나라의 민주주의 현안에 대한 에세이로 치뤄졌다. 아마 당시에는 선거제도에 대한 현안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나의 기말 에세이의 제목은 '키스할 때 눈 감지 말아야 한다?'였다.
제도주의의 관점에서는 제도와 그 제도를 설계하고 운용하는 사회구성원간의 상호작용이 강조된다. 에세이의 요지는 선거라는 제도가 제대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사회구성원들이 투표하기 전부터 투표한 이후까지 자신이 선택한 후보에 대해 면밀히 관찰하고 감찰해야 한다는 요지의 글이었다.

그렇지 않으면 십중팔구, 선거라는 제도에 의해 우롱당하고 그 제도를 주도면밀하게 사용하는 사람들에게 크게 당하고 만다.

그런 경험들이 쌓여져 현재의 불신의 정치문화와 정치적 배제의 습성을 체화하게 되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신임 여교사 홍(강혜정)과의 첫 대면에서 선배 교사 유림(박해일)이 충고의 한마디를 건넨다.
"이 바닥(교육계)도 꽤나 정치적이어서 눈치도 보고 아부도 해가며 살아야 버틸 수 있어요"

 

사람과의 관계에서 이미 망가질대로 망가져 본 경험이 있는 인생선배 홍에게는 교육계 뿐만 아니라 모든 사회적 관계가 이처럼 정치적이다. 홍에게 결혼이라는 행위는 사랑이 아닌 최선의 선택을 해야만하는 사회적 제도일 뿐이다.

 

반면 박해일에게 사랑은 곧 본능이다. 마치 프로이트가 말한 문명화 이전의 욕망에 가득찬 인간들에게서처럼. 문명화 이전부터 존재했던 강간이라는 욕구 표출의 극단적 행위조차도 본능으로 포장하고 만다.

 

사랑을 믿지 않는 두 남녀는 한쪽으로는 냉철한 이성과 제어할 수 없는 본능의 상반된 가치관으로 소위 '연애의 목적'을 학습한다.

 

그래서 결론은?

 

투표할때는 눈 감지 말아야 하겠지만,

그래도.. 키스할때는 눈을 꼭 감아야 하겠다.
설사 슬픈 사랑만 하게 된다 할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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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대사 : "웨이브 하셨네요?"


여름을 버텨냈던 긴 머리를 정리하면서 웨이브를 할까 고심하다가 결국 포기했다.
아주 우연히 누군가 다가와 "웨이브 하셨네요?" 라고 물으면 그땐 머리를 박박 밀어야 할지도 모른다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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