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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4월 26일 월요일

그리움에 나를 잊는다

예전에 사귀던 여친과 빈번하게 싸우던 소재 중의 하나가 공중도덕에 관한 것이었지.
담배를 피우던 여친이었는데,
길거리에 담배꽁초를 아무 거리낌없이 태연하게 버리던 그녀였어.

그렇다고 그녀가 주변사람들에게 모질거나 심성이 고약하거나 했던 것은 아니었는데, 단지 껌종이를, 담배꽁초 등등을 서슴없이 버린다는게 나로서는 도무지 납득할 수 없는 일이었지.

급기야 길거리에서 티격태격 싸우다가,
횟수가 늘어날수록 언성이 높아지고
결국엔 내가 대신 주워 호주머니에 찔러넣어두었다가 보란듯이 휴지통에 넣는 일이 되풀이되었고.

결국은 다른 이유로 헤어지게 되었지만,

헤어지고 한참이 지나 그녀와 함께 했던 시간들을 돌아볼 때면
슬그머니 담배꽁초를 길에 버려본다.
내가 좋아하던 그녀의 몸내음이 맡아질 것만 같은 그 기분.

그리움을 핑게로, 내가 허락치 않았던 일탈을 가끔씩 자행하는... 난

아직도 공중도덕에 대한 사회적 약속을 존중하기는 하지만 그때 우리둘 중 누가 옳았는지는 꽤 오랫동안 덮어두기로 하지.
아직은 그녀가 한동안 그리움이란 이름으로 찾아들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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