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은 촉수다.
하루종일 신경세포의 말단을 집단지성과 공유정보의 양수에 담가두고
뉴런다발을 통해 기민하게 자극을 운반한다.
스마트폰 사용 후 정보(자극)의 양은 비약적으로 증가했고,
자극에 대한 반응속도도 기민해져간다.
그리고 최근 스마트폰을 사용하며 발생한 나의 뇌 활동에 관한 두 가지 부작용들
1. 단기기억이 장기기억으로 저장될 틈을 갖지 못하고 있다.
쉴새없이 단기기억 저장소에 정보가 저장되지만 무의식적 재학습을 통해 장기기억화하는 능력이 저하되는 듯 하다.
물론 반복적인 정보 제공으로 극복될 수도 있는 일이지만, 한번 경험한 자극이란걸 감각적으로 알아채고 거부해버리는 오작동 또한 발생하고 있다.
2. 무의식의 통찰력이 저하되고 있다.
깊이 있는 사고를 필요로 하는 주제를 설정하지 못하고 새로운 정보에만 관심을 보이는 정보 조급증이 생기는 듯 하다.
그러다보니 닮은 그림 찾기하듯 연관성을 짚어내는 직관이 숙련되는데 반해 창의적인 통찰은 수박의 겉껍질만 허벌나게 핧아대고 있다.
더불어.. 이런 부작용으로부터 예외적인 시간이 있는데, 바로 술자리다.
이 때만큼은 담가뒀던 뉴런다발을 어깨에 걸쳐매고 뇌를 양수에 직접 빠뜨려 자유롭게 유영하도록 내버려둔다.
이때에는 창의적인 발상이 샘솟고 새로운 결의가 싹트고 다져진다.
이 역시 오작동이 있는데, 자유유영을 하던 뇌가 지친 몸을 이끌고 밤새도록 쏘다니다가 술잔으로 투신해버리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마치 생물실험실 포르말린 실린더에 뇌 따로 몸 따로 보관된 돼지마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