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지

이 블로그 검색

2010년 11월 10일 수요일

스마트폰 부작용

스마트폰은 촉수다. 

 

하루종일 신경세포의 말단을 집단지성과 공유정보의 양수에 담가두고
뉴런다발을 통해 기민하게 자극을 운반한다.

 

스마트폰 사용 후 정보(자극)의 양은 비약적으로 증가했고,
자극에 대한 반응속도도 기민해져간다.

 

그리고 최근 스마트폰을 사용하며 발생한 나의 뇌 활동에 관한 두 가지 부작용들

 

1. 단기기억이 장기기억으로 저장될 틈을 갖지 못하고 있다.

쉴새없이 단기기억 저장소에 정보가 저장되지만 무의식적 재학습을 통해 장기기억화하는 능력이 저하되는 듯 하다.
물론 반복적인 정보 제공으로 극복될 수도 있는 일이지만, 한번 경험한 자극이란걸 감각적으로 알아채고 거부해버리는 오작동 또한 발생하고 있다.

 

2. 무의식의 통찰력이 저하되고 있다.

깊이 있는 사고를 필요로 하는 주제를 설정하지 못하고 새로운 정보에만 관심을 보이는 정보 조급증이 생기는 듯 하다.
그러다보니 닮은 그림 찾기하듯 연관성을 짚어내는 직관이 숙련되는데 반해 창의적인 통찰은 수박의 겉껍질만 허벌나게 핧아대고 있다.

 

더불어.. 이런 부작용으로부터 예외적인 시간이 있는데, 바로 술자리다.

이 때만큼은 담가뒀던 뉴런다발을 어깨에 걸쳐매고 뇌를 양수에 직접 빠뜨려 자유롭게 유영하도록 내버려둔다.
이때에는 창의적인 발상이 샘솟고 새로운 결의가 싹트고 다져진다.
이 역시 오작동이 있는데, 자유유영을 하던 뇌가 지친 몸을 이끌고 밤새도록 쏘다니다가 술잔으로 투신해버리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마치 생물실험실 포르말린 실린더에 뇌 따로 몸 따로 보관된 돼지마냥..

2010년 11월 4일 목요일

안부

영화 '품행제로'의 에필로그는 이렇게 끝난다.

나레이션을 이끌어가던 주인공의 후배들이 등장인물 한 사람 한 사람에 대한 허풍 섞인 근황을 주거니 받거니 묻고 답하며 들려준다. 누구는 기타 국가대표가 됐고, 누구는 잘 나가는 모델이 됐고, 누구는 네덜란드에서 요들송을 부르고 누구는 연구실에서 돼지를 키운단다.

그러나 주인공 류승범의 근황에 대해서는 전학을 간 학교에서 여전히 짱이 됐고, 학교선생님과 주인공의 어머니가 결혼을 했다는 얘기를 끝으로 소식을 모른다.

연락이 뜸했던 선후배가 만나 한 사람 한 사람의 이름을 파일함 뒤적이듯 기억에서 꺼내 확인할 때,

잘 지내고 있다는 누군가가 있고,
조만간 보자는 전화를 그 즉시 받아줄 누군가가 있고,

도무지 소식을 들으려 해도 찾아지지 않는 누군가가 있고,
소식은 알지만 굳이 연락하고 싶지 않다는 누군가가 있고,

그리고 마지막으로, 꺼내들 기억조차 없는 잊혀진 사람도 있더라.

연말이 다가오며 서로의 안부를 물을 일들이 잦아지겠지
어디선가 나의 근황도 누군가를 통해 들려지겠지..
허름한 기타교습소를 운영하며 나름대로 여유로운 웃음을 보였던 류승범처럼 그렇게 어디선가 다들 잘 살고 있기를 바래.
그리고 난, 맨날 똑같은 소식 말고 좀 더 remarkable한 소식을 들려주고 싶어진다.

2010년 11월 2일 화요일

잔소리

 

 

생각만 하지 말고 하자

 

기다려

 

어제보다 오늘이 나아야 해요  

 

 

 

많은 충고를 무시했고 딱 세 개밖에 기억에 없는데,

그나마.. 실천은 소원하다.

 

 

 

잔소리가 필요해. 이번엔 지킬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