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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5월 24일 목요일

비와 노동

 

 

 

 

 

미국에서 온 지은이를 위해 서울 투어를 떠났으나, 하필이면 길고 긴 비

 

막히고 더웠던 서울시내였지만,

 

종로의 국세청 건물을 무심코 찍었다가 오늘에서야 발견했다.

비오는 휴일인데도 건물 유리창에 매달려 창을 닦는 손길..

노동은 감동이다.. originally..

 

 

2007년 5월 3일 목요일

해설서가 필요한 영화1 [마지막 날들]

 

 

평론가나 해설가의 글을 읽지 않는 습성을
고수했더라면 구스 반 산트의 '마지막 날들'에 대해
이런 질문이 계속됐을 것이다.

 

1. 도대체 누가 블레이크야?
주인공 블레이크역을 맡은 마이클 피트는
좀처럼 얼굴을 드러내지 않는다.
영화 내내 긴 머리를 늘어뜨리고 있거나
우스꽝스러울만큼 큰 썬글라스를 쓰고 널부러져 있다.
동료들이 블레이크의 이름을 거론하지 않았다면
끝끝내 누가 죽었는지조차 몰랐을게다.

 

2. 이 음산한 음악의 정체는?
벨벳언더그라운드의 곡을 비롯해
정체 모를 가사 미완성의 곡.. 기타 등등,
등장인물들의 음악을 통해

그리고 일본에서의 공연중 에피소드 등을 통해
이들이 음악하는 애들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곧 세상이 끝날 것만 같은 이 전율의 음악은
대체 무얼 말하고 있는걸까?

 

3. 대체 감독은 무얼 말하고 싶은게지?
숲속에서 벌거벗은채 깨어난 젊은 이가 어느 집에 들어가

마치 자신의 집인양 이곳 저곳을 누비는데,

어라, 이 집에 있는 사람들은 얘를 아는가보네?
친구들과 노래에 대한 얘기를 하고
노래를 하고 방문객을 맞이하고
뜬금없는 대화들이 지속되더니
죽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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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의 해설이 내게 준 정보는
너바나의 커트 코베인을 추모하는
구스 반 산트의 영화라는 것이었다.

순간 아! 알고 봤으면 재미있게 봤을 영화를..
이라고 생각할려다가 급격히 한발 물러섰다.
다시 봐도 지루할 것임에 틀림없다.

 

역시 누구의 인생이냐가 아니라
어떤 인생이냐가 중요하다.

커트 코베인을 추모하는 영화임을 몰랐다 한들,
영화가 의도하고자 했던 메세지는 충분히 다가온다.

 

지루한 날들 속에 옐로우 페이지 판촉사원이나
여호와 증인류의 '방문전도원'(써놓고 나니 그럴듯 하군..
앞으론 걔네들을 이렇게 불러줘야 겠다)에도
귀를 기울인다.

 

삶은 불만에 차 있고 같은 공간안에서도 대화는 단절되어있다.
마지막 날을 재촉하듯 세상으로부터 자신을 격리시키고
마침내는 아무도 모르게 혼자 외진 곳에서
삶을 마감하는 외로운 블레이크의 삶은
그가 굳이 커트 코베인이 아닐지라도
딱하다. 

 

대중음악의 최정상에 서 있는 커트 코베인의
마지막 날들이라고 보기엔 지나치게 감정이 탈색되고

의미 없는 일상으로 가득채워 놓았다.
그래서 구스 반 산트가 그린 블레이크는
참 딱하다.

 

구스 반 산트는 '엘리펀트'에서도
사실에 기반해 스토리를 재구성해냈다.
카메라는 아주 담담히
주인공이 벌이는 일들을 뒤따라 다니며
아무 여과없이 관객에게 보여주었다.
'조승희 사건'이전 미국내 가장 큰 총기 살인 사건을 다룬

그의 영화에서 '살인'은 너무 건조하고 감정없이 벌어져서
관객을 충격에 빠뜨렸다.

 

설명적이지 않아 더욱 잔인한 '살인'
설명적이지 않아 더욱 지루한 '죽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스 반 산트의 영화는
약간의 설명이 곁들여질때
조금 더 영화다워지는게 사실이다.

해설서가 필요한 영화2 [사랑해, 파리

 

 

스무명의 감독이 각 5분씩 파리의 요소들 중 하나를 선택해 자신의 스타일로 만들어낸 파리에 관한 20편의 이야기.
각 감독의 대표작들을 상기하며 볼 때 어마어마한 즐거움을 얻게 된다.


 # 몽마르뜨 언덕_브뤼노 포달리데 <검은 옷의 부인의 내음> 몽마르뜨 좁은 골목에서 주차하던 남자, 운명의 여자를 만나다!

 

 # 세느 강변_거린더 차다 <슈팅 라이크 베컴> 세느 강변에서 헌팅하던 프랑스 소년, 이슬람 소녀에게 마음을 빼앗기다!

 

 # 마레 지구_구스 반 산트 <굿 윌 헌팅><엘리펀트> 프랑스 게이 청년, 불어가 서툰 미국 청년에게 사랑을 느끼다!

 

 # 튈르리 역_조엘 & 에단 코엔 <파고> 소심한 미국인 관광객, 관광 가이드북에서 파리의 현실을 온몸으로 배우다!

 

 # 16구역_월터 살레스&다니엘라 토마스 <중앙역><모터사이클 다이어리> 젊은 이민자 여성, 자신의 아기는 보육원에 맡기고 다른 아이를 돌보게 되다!

 

 # 차이나타운_크리스토퍼 도일 <중경삼림><화양연화><2046> 촬영 - 중년의 세일즈맨, 과격한 차이나타운 미장원 원장과 치명적 사랑에 빠지다!

 

 # 바스티유_이자벨 코이셋 <나 없는 내 인생> - 이혼을 선언하려던 남편, 부인의 백혈병 선고로 다시 터닝포인트를 맞이하다!

 

 # 빅토아르 광장_스와 노부히로 - 죽은 아들을 그리워하던 여자, 카우보이의 도움으로 아들과 마지막 만남을 갖다!

 

 # 에펠 탑_실뱅 쇼메 <벨빌의 세 쌍둥이> - 외로운 마임 아티스트, 유치장에서 소울메이트를 맞닥뜨리다!

 

 # 몽소 공원_알폰소 쿠아론 <위대한 유산><해리 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 - 중년의 아버지 어린 나이에 엄마가 된 딸과 인생을 논하다!

 

 # 앙팡 루즈 구역_올리비에 아사야스 <클린> - 미국인 여배우, 무심한 듯 상냥한 마약 딜러에게 묘하게 끌리다!

 

 # 축제 광장_올리버 슈미츠 <하이잭 스토리> - 총상 입은 흑인 남자, 죽음의 순간 응급구조원 소녀에게 커피를 권하다!

 

 # 피갈 거리_리처드 라그라베네즈 <키스> - 애정 식은 중년부부, 파리의 홍등가에서 섹시한 러브게임을 시작하다!

 

 # 마들렌느 구역_빈센조 나탈리 <큐브><싸이퍼> - 미국인 관광객, 아름다운 뱀파이어에게 마음도 피도 모두 뺏겨버리다!

 

 # 페르 라셰즈 공동묘지_웨스 크레이븐 <스크림><나이트 플라이트> - 유머감각 없는 까칠한 남편, 오스카 와일드의 유령에게 한 수 배우다!

 

 # 생 드니 외곽_톰 티크베어 <롤라 런> - 아름다운 미국인 배우 지망생과 시각장애인의 거짓말 같은 사랑!

 

 # 라탱 구역_프레데릭 오뷔르탱&제라르 드파르디유 <연못 위의 다리> - 위기의 부부, 이혼의 순간 지나간 사랑을 회상하다!

 

 # 14구역_알렉산더 페인 <어바웃 슈미트><사이드웨이> - 무료한 일상을 탈출한 미국인 주부, 낭만의 도시 파리와 사랑에 빠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