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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3월 8일 목요일

선거만 아니면 꽤 괜찮은 정당인데..

작가들의 농담 중 이런 말이 있단다
"글만 안쓰면 참 괜찮은 직업인데..."

진보신당에 대해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하나보다
"선거만 아니만 참 괜찮은 정당인데..."

정치와 무관한 삶이 어디 있겠냐만은, 나의 직업상, 당적을 갖는 것이 금기시됐던 시절도 있었다.
그러나 2008년 3월, 진보신당의 탄생으로 당적 없는 삶이 정당화될 명분이 개인적 차원에서 소멸되었고, 내 멋대로 입당을 했지만 당적 보유의 금줄은 예상밖으로 넘기 쉬운 것이더라

어제 후배와 치맥을 먹다가, 진보신당 당원임이 도리어 편한 점과 이로운 점에 대한 직업상의 내 생각을 실토했다

개인 차원에서는, 기대도 없고, 실망할 필요도 없고,
관계 차원에서는 청탁 받을 일도 없고, 어느 누구도 경계하지 않는...
그래서 오히려, 진보적이면서 개념 있고, 운동적 순수성의 이미지로 coordinated 되는 효과까지 있더라

이것은 마치, 과거 서부극에서 총잡이 장고 Django 가 유곽에 잠입해 술에 취한 척 가장 못생긴 여자를 취해 숙소로 들어가 적들을 안심시키는 기분마저 연상시켰다

그러나, 이번 총선을 앞두고 주어진 2%라는 숫자는, 30일분의 산소를 머금은 비닐봉지를 뒤집어 쓴 기분을 연상시킨다. 두 눈 똑바로 뜨고도 나의 의지와 무관하게 자존감이 찬탈되는 상황을 연상을 시킨다. 모태중에, 신혼방에 신경마비가스를 불어넣고 신접살림을 온통 털어갔다던 도둑을 두 눈으로 응시해야했던 내 어머니의 심장박동을 연상시킨다

자, 이제 의지로 낙관할 시점인가...

기표소 안에서 우리가 내뱉어왔던 숱한 거짓말들을 떠올려 보자
우리가 신뢰했던 정당들과 정치인들에게 가졌던 과장된 신뢰들을 떠올려도 좋다
우리 중의 대다수는 이번 선거에서도, 내가 원하는 삶의 변화를 일으켜줄 거라고 한바탕 기표소에서 자위하고 싸구려 휴지로 손가락을 문지르며 나올 것이다

자신의 삶에서 매순간 솔직함을 유지하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적어도 이번 총선에서는 투표하는 그 순간, 우리 마음 속의 희망을 과장하고, 누군가에 대한 신뢰를 호도하는 시인들을 추방했으면 좋겠다

(음... 쓰다보니 할말이 계속 생각나는데... 다음번에는, 산타 마리아 인 코스메딘 성당의 진실의 입 설화처럼, 기표소안에서 거짓말하면 손이 잘려나간다는 유언비어를 써봐야겠다)

2012년 3월 6일 화요일

출생의 비밀

1. 출생의 비밀 - 어젯 저녁 집에 들르신 어머니가 양주에서 냉이나물을 한아름 가지고 오셨다. 아침상에 냉이무침이 향긋하다.
"네 태몽이 냉이였다"... "토란이라며?" 그랬다.. 난 지금까지 나의 태몽을 토란, 내가 먹지도 않는 토란으로 알고 있었던거다 ㅠㅠ
"대문앞에 냉이를 보고, 케내서 잎은 버리고 뿌리만 가지고 들어왔어. 그래서 아들인줄 알았어" 왜 내가 토란을 태몽이라고 알고있었는지는 해명되지 않는다. 어머니가 냉이라고 하면 그냥 냉이인거다.
태몽이 냉이임을 진작에 알고 살아왔다면 좀 더 향긋한 인생을 살지 않았을까?

2. 새로 들어온 디자이너가 나의 출생의 비밀을 듣고는 주말동안 파주에 가서 나물을 뜯어왔단 얘기로 맞장구를 친다.
"파주 어디요?" ..... "법원리" ..... "천현면 법원리??" ...... "네, 거기서 태어나서 5학년까지 살았어요"
시집살이도 아닌, 시댁과 한동네 살기싫어 2살남짓 갓난장이를 들쳐매고 서울로 나오신 어머니... 파주 법원리는 그렇게 내 기억 속에 존재하지 않는 명목상의 고향이 되어버렸다. 그러니, 새로 들어온 디자이너는 태어나 처음으로 만난 고향누나인 셈이다.

3. 법륜스님이 여의도 사학연금회관에서 강연을 하신다는 얘기를 듣고 가보기로 했었다. 정토회와 평화재단을 돕고있는 나의 첫 고향누나가 "한지민도 꼬박꼬박 오더군"이라 말하지 않았어도, 가끔 즉문즉설을 청취하던차라 직접 듣는 강연에 기대감이 있었다. Don't tell mama ^^;;
게다가, 요즘 야근따위 안하던터라 가능하리라 믿었다. 그런데, 딱 강연에 못갈 시간만큼 고향누나와 난 사무실에 잡혀있었다. ㅜㅜ
내 어머니, 원 목사의 영력을 새삼 두려워하는 중이다...

2012년 3월 5일 월요일

위험한 생각... 한미FTA, 핵안보정상회의

1.한미FTA 
  • 막지 못했을 경우 벌어지게될 서민 삶의 변화를 대비해 주길 바란다.
    (하고있으리라 믿고싶지만 실망시킬것 같다.. MB만큼은 대비하고있나?) 
  • 폐기할 수 없는 상황을 대비해 정치적 퇴로를 준비해주길 바란다.
    (당신들의 정치적 승부수는 5등 당첨된 로또만도 못하다. 5천원이지?)
  • 만약, 총선에서 야권연대를 통한 압승으로 담판지으려 한다면..
    적어도, 여권이 염려하는 방식을 따라라.

2.핵안보정상회의
  • 총선정국에 묻혀 정치권의 관심이 전무하다.
    FTA와 야권연대만 챙기기에도(까놓고 얘기라면 공천만할까?) 바쁘겠지만,
    지난번 G20처럼 쥐벽서로 본질을 왜곡시킬 성질의 것이 아니다
    (쥐벽서가 신자유주의에 흠짓이라도 냈던가? 천만의 말씀)
  • 다차원적 이슈라서 우리 진영을 갈라먹을 것이다.
    저들은 이미 예비훈련까지 마쳤는데, 우리는 내부 공론화 시작도 못했다.

2012년 3월 4일 일요일

그리움

한여름 내내 태양을 업고 그리움을 써내려갔던 어느 수녀의 시가 예년보다 길었다던 이 겨울의 끝 가슴을 데운다 돌아보니 징검다리 발 딛고 설만한 한뼘 자리를 내딛고 섰지만 어디까지 뻗었는지 알길이 없는 여기도 징검다리 춤추는 빗방울 사이의 거리만큼 가까워도 서러운 우리들은 빗방울을 흘리네

2012년 2월 27일 월요일

<하울링>의 파트너십 역학조사(스포일러 가득)

상길의 아픔을 은영이 본다.
은영의 아픔을 상길이 본다.
서로의 처지를 공감하고 파트너십을 형성한다.

질풍이 은영의 아픔을 본다.
은영이 질풍의 아픔을 본다.
서로의 처지를 공감하고 파트너십을 형성한다.

정아의 아픔을 강명호가 본다.
강명호가 질풍에게 애정을 쏟는다.
정아의 아픔이 질풍에게 전해진다.
강명호와 질풍은 상호의존적 파트너십을 넘어, 서로가 서로에게 분신이다.

은영과 질풍은 파트너십을 넘어서는 관계로 나아갈 수 있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은영은 자신이 형사임을 자각하고 있었던 반면,
강명호는 본분을 상실한지 오래다. 이조차 질풍에게 그대로 전해졌다.
숨을 거두기까지 강명호가 포기하지 않았던 것처럼
(마지막 타겟이 누구인지 발설하지 않은 것)
질풍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이 영화는 새드앤딩도 해피앤딩도 아니다.
게임이 끝나고 우리는 각자의 위치로 되돌아간다.

한시적인 파트너십은 끝이 났다.
p.s. 상길과 은영이 사귀는 걸로 끝났으면 큰일 날뻔했다. ㅋ

2012년 2월 25일 토요일

<강냉이와 나>

만해마을의 문인의집 1층 로비 한켠에는 각종 국내 문예지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황해문화>>, <<창비>> 등 문예지를 한종 구독하려고 비교하던차여서 반갑게 둘러봤다.

그리고 가장 먼저 펼쳐든 책이 황해문화였는데 뜻하지않게 횡재했다.




2012 이상문학상 수상작인 김영하의 <옥수수와 나>를 패러디한 <강냉이와 나>
-사진 속에 보여지는 것처럼 리믹스라지만ㅋ- 
<옥수수와 나>를 흥미롭게 읽은 나로선, 이 <강냉이와 나>를 '깔깔깔깔' 소리를 내며 배꼽 잡고 읽을 수밖에 없었다. 
당연히 구독할 문예지는 <<황해문화>>쪽으로 기울었다. 




















2012년 2월 24일 금요일

아마추어리즘의 탄생, Invention of Amateurism

1. 조직의 태동기에는 창의성과 추진력을 가진 리더의 역할이 결정적이다. 거의 전부라 할 수 있다.

2. 초기에 리더가 제시한 핵심 컨텐츠의 시효가 다한 후, 조직이 다음 컨텐츠를 개발하고 실행해야 할 때가 온다. 이때까지만해도, 리더의 창의성과 추진력이 전체 구성원들의 그것을 압도하기 때문에 구성원들이 제시한 컨텐츠는 리더의 마음에 차지 않는다. 결국, 리더가 제시한 컨텐츠가 채택된다.

3-1. 지속적으로 구성원들의 아이디어가 채택되지 못하면서, 리더는 조직운영에 있어 자신의 결정적 역할에 점차 익숙해진다. 리더는 "구성원들은 내 수족에 불과하다"고 여긴다.

3-2. 구성원들은 두가지 부류로 나뉜다. 리더의 조직운영 방식이 독선적이라고 생각하는 부류는 리더와의 갈등을 회피하기 위해 조직을 떠난다. 쫒겨나기도 하잖아? 또다른 부류는 리더가 제시하는 컨텐츠를 실행하는 것만이 자신의 역할이라고 여긴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개발해야할 동기를 갖지 못하는 것.

자, 이제 조직에는 리더의 구미에 맞는 부류만 남았다.
리더는 이때가 오기전에 R&D부서를 만들고, 불만자들을 R&D부서로 보냈어야 했다. 이제라도 R&D부서를 설치했다면 그나마 다행이다.

4. 구성원들에 대한 리더의 이러한 인식이 지속되면서, 리더는 구성원에 대한 보상을 늘이지 않는다. 조직은 임금인상을 원하는 숙련자 대신 저가의 임금을 감수하는 신입을 선호한다. 그러나, 모든 숙련자가 임금인상을 요구하며 조직을 떠나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는 부류가 있다.

5. 이들은 숙련된 노하우를 바탕으로 맡은 업무를 빠르게 처리하는 대신 여가시간을 가지길 원한다. 스스로 새로운 컨텐츠를 개발하지 않을뿐만 아니라, 익숙하지 않은 일이 새롭게 주어지는 것에 강한 거부감을 갖는다. 이들의 무기는 축적된 경험이기 때문에 "이런 단호한 워딩은 캘리그라피로 표현하기 보다는 명조체가 낫지", "지난 대선에서 권영길 후보도 점퍼를 입을까 정장을 입을까 고민하다가 정장을 선택했단 말이지", "OO동은 재개발 예정지이기 때문에 박원순 시장에 비호감이야"라고 말한다.

아주 짧은 기간이지만, 선거라는 역동적 상황만큼이나 선거캠프 조직구성도 격동적으로 요동친다. 조직을 다스리지 못하는 리더가 선택되어서는 안된다. 그들 중 일부는 숙련된 아마추어들로 구성된 조직을 이끌고 있기 때문이다.
프로페셔널과 아마추어의 차이는 퇴적된 경험의 양이 아니라, 상황을 바꿀 수 있는 상상력을 가지고 있는가의 여부로 평가되어져야 한다.

2012년 2월 23일 목요일

"할말없다"

앞으로 이 과일의 이름은 "할말없다"라 부르기로 한다





사과를 받아주던 안받아주던, 용서를 하던 용서를 하지않던 그건 부차적인 얘기다.
사과를 했느냐 안했느냐가 우선이다.

2012년 2월 20일 월요일

채선당, 막말녀, <씨민과 나데르의 별거>

주말동안 천안의 채선당에서 벌어진 사건으로 시끌시끌했다.

임산부가 종업원에게 폭행을 당했다는 얘기를 듣고,
영화 <씨민과 나데르의 별거, A Separation- Jodaeiye Nader az Simin>이 떠올랐다.

대체 그녀와 또 그녀는, 어떤 일로 인해 부정적 나비효과가 만들어낸 토네이도에 휘말렸을까
영화에 대입해 그 종업원과 임산부의 상황을 이해해보자면, 서로간의 다툼과 폭행 전 겪은 어떤 일들이 그러한 부정적 결과로 귀인되지 않았을까 짐작을 해본다.

영화에 몰입된 때문에 필요이상의 과도한 이해심이 발휘된 걸까?

그러다가, 주말 저녁을 뜨겁게 달군 '지하철 4호선 막말녀' 논란을 얼핏 보고는, 이란의 전통사회에서 사법적 심판보다 우위에 있는 코란에 대한 경외심과 도덕적 자아만이 행사할 수 있는 명예란 것이 우리에게는 있는지 잠깐 혼란스러웠다.

집단적으로 감시하고, 고발하고, 신상을 터는 전체주의를 상식이라 여기는 사회를 고육지책으로 받아들여야 할 정도로 이 사회의 자기성찰 수준이 낮지 않기를 바래본다.

P.S.
당시 영화를 보고나서는, '모든 개인적인 것은 정치인적이다'라는 말에 공감을 했었는데..
이제보니, 사랑은 좀 개인적인 차원에 남겨두고 비밀스럽게 관리할 필요가 있겠더라

2012년 2월 2일 목요일

대통령에 누를 끼친 그들

허위 경력과 거짓말 해명 논란에 휩싸여 임명장도 받지 못한 채 사퇴한 진영아 공직후보자추천위원회(공천위) 위원 사태를 보며 여러 사람이 떠오른다.

"당에 누를 끼치지 않기 위해 자진해서 사퇴한다"는 그의 사퇴의 변 때문이다.
※ 누(累) : 남의 잘못으로 말미암아 받게 되는 정신적인 괴로움이나 물질적인 손해

뜬금없이, 대통령에 누를 끼친 사람들을 돌이켜볼까?

가장 먼저 떠오른 인물은 김태호 전 총리 후보자(2011.3)였다. 그는 당시 불거졌던 박연차 게이트와의 연관성을 부인하면서도, "대통령에 누를 끼치지 않기 위해 자진해서 사퇴한다"는 말을 남기고 총리 공관을 떠났다.

이 외에도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2011.1), 이영호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2010.7),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2009.7), 박영준 청와대 기획조정비서관(2008.6), 박미석 청와대 사회정책수석(2008.4), 남주홍 통일부장관 후보자와 박은경 환경부 장관 후보자(2008.2) 등도 같은 말을 남기고 자진해서 물러났다.

문제는, 이렇게 누를 끼친 사람들이 여전히 승승장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박영준 씨는 '청와대 기획조정비서관→ 국무총리실 국무차장→ 지식경제부 차관'까지 지냈고, 현재 CNK 주가조작 사건의 핵심인물로 지목받고 있다.

김태호 씨는 대통령에게 누를 끼친지 한달만에 보궐선거에 출마해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대통령에 끼친 누는 무겁게 여기면서, 국민에게 끼친 누는 가볍게 여기는 그들이 있는 한, 진영아 사태는 무한반복된다.

2012년 1월 22일 일요일

영재학급 승인을 축하하라고?

집으로 되돌아올때 모교인 명덕고를 지나는 길을 선택한 어제.
명덕고가 교육부로부터 '영재학급 신설' 승인을 자축 홍보하는 플래카드가 시야에 들어왔다.

내가 졸업하던 해에 재단은 외국어고를 만들어, 당시 명덕고와 명덕여고의 실력 있는 선생님들을 대거 전출시켰다.

일반고인 명덕고가 개교 이래 6년여간 빠른 속도로 진학율을 끌어올렸던 실적 뒤에는 양질의 수업과 모진 체벌의 쌍끌이가 있었다.
그러나, 양질의 수업을 제공하던 선생님들이 대거 전출되고 점차 체벌에 부정적인 사회분위기가 조성되어가자 명덕고는 여느 일반고와 다름없는 학교로 남겨졌다.

영재학급 신설은 학교를 더이상 성립할 수 없는 재단이 또하나의 외국어고를 일반고 내에 만든 것에 다름아닐까 생각이 미쳤다.
영재가 아닌 나와 같은 후배들이 한 울타리안의 외고를 보고, 한 건물안의 영재학급을 보며 느꼈을 심정을 상상 가능하다.
등급별 야간자율학습을 했던 고3시절, A반에서 B반을 보고, B반에서 A반의 시선을 느꼈던 나 역시 경험했기 때문이다.

교육이란 1차적으로 '누가, 무엇을' 가르치느냐가 중요하다 말해져왔다. 공교육의 담장 안에서, '왜 가르쳐야 하는'지에 대한 담론을 시작한 것은 곽노현 교육감의 가장 의미있는 시도였다. 그것도, 서울에서 말이다.

그 담론을 가두고 종결시키려는 시도가 곽감의 구속이었다. 담론을 제기했던 곽감이 구속되자 교육의 본질적 목적에 대한 집단적 토론이 정치적 논란과 사법적 논쟁으로 빨려들어가는 것을 지켜봤다.

고되고 지리한 상고심이 노정돼 있지만, 곽감이 자신의 생사보다
자신이 시작한 담론의 생사에 더 헌신해주길 바란다. 더 많은 사람들을 참여시키고, 교육현장에서 그 담론이 생명력을 가지고 꿈틀대고 분출될때 곽감은 재판결과와 상관없이 오래 살아남을 것이다.

2012년 1월 19일 목요일

의도치않은 2580 인터뷰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출판기념회 금지 시한을 1개월여 앞두고 회사로 전화가 걸려왔다.
4월 총선에 출마하려는 인물의 측근인데, 급하게 자서전을 출판하고자 하니 가능한 스케줄과 비용을 알고 싶다고 한다.
터무니없는 스케줄이기는 하나, 아예 불가능한 것은 아니기에 급행견적과 일정을 제시했더니 만나고 싶단다.

사흘 후 저녁, 우리 회사에서 그 측근과 미팅을 가졌다. 빠른 일진행을 위해 집필을 맡을 작가를 대동했다. 그쪽의 요구였기는 하나 나의 필요에서였다.
출판프로세스와 견적구성항목에 대해 상세한 질문과 답이 오고갔다.
측근이란 사람은 여러 관심사항 중 대필작가의 저작내용 중 몇%나 진실이고 향후 저작권 문제는 말끔한지에 관심을 보였고, 나의 관심은 언제 계약을 할거냐였다.
그후, 일의 진행을 위해 내가 데드라인으로 정한 계약일자를 지나 그때의 일은 자연스럽게 지나쳐갔다.

당시 배석했던 작가를 통해 뒤늦게 전해들었다. 당시 측근이라며 방문한 사람은 MBC 2580 소속이었고, 해당 작가에게 사과를 한뒤 추가인터뷰를 해갔다고 한다.
모자이크나 음성변조 따위는 없었음을 확인한 뒤 방송대본을 대강 훑어보고 지나쳤는데..

어제 지인 중 하나가 내게 불쑥, 혹시 2580에 인터뷰해줬냐며, 나라고 의심할만한 내 평소의 언어습관이 방송 중에 있었다고 귀뜸해줬다.
일찍 집에 간 김에 이민정이 출연했던 힐링캠프도 포기하고 방송을 확인했더니.. ㅡ.ㅡ
왜 그렇게 의심했는지 대충 알만 하더라.......

2012년 1월 14일 토요일

듣고싶어 네 목소리

말, 말, 말, 말, 말....
인간의 음성은 소음으로
소리에 담긴 의미는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갖가지 신경을 자극하고
거친 길바닥에 문질러진마냥 상처를 남겨
하얗게 바래져가는 하루하루

유리잔을 깨고마는 음파가 아니어도
의사소통의 수단일뿐인 인간의 음성도
일상의 시간을 조각조각 찢어낼 수 있음을
찢겨진 몸과 정신으로 체득해가는 또 하루하루

옅은 조명아래 정성스런 놀림으로
밤새 조각난 나를 기워주는
듣고싶어 네 목소리

2012년 1월 7일 토요일

9시 뉴스에 화면조정 영상을 걸어라

MBC 기자회의 참회와 반성이 있었구나...

정론을 지키기 위해 싸움을 벌였던 지난날의 그들을 기억한다면 참회와 반성에 too late이란 평가는 다소 모질다..
이 정권이 존속하는한 정권투쟁에 너무 늦은 것이란 없다

다만, MBC를 향한 질책과 냉소를 시청률을 통해 깨달았다는 것은 영~ 불편하다. 국민에게 귀기울였다면 시청률로 확인되기 전에 알았을 일이다.

'김재철 이하 뉴스책임자'란 표현도 불편하다. 나팔수는 나팔을 받쳐든 손 없이는 나팔을 불 수 없다. 한몸뚱이에 붙어서 손이 입을 때리며 나무라는, 자기 희생없는 혁신의 외침은 공허하다.

MBC 마당에서 함께 촛불을 들었던 시민들을 뒤로하고 제발로 걸어들어갔던 그들..

당신들의 손으로 9시 뉴스에 화면조정 영상을 걸어라

2012년 1월 4일 수요일

비뚤어진 욕망의 정죄, 그리고 구원의식 [내가 사는 피부]

여성성을 대하는 감독의 시각으로만 보자면,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이번 영화 <내가 사는 피부>는 여성성에 대한 찬미와 숭배로 진화했다고 평할 수 있겠다.

감독은 <그녀에게>에서 여성성에 대한 탐구와 말걸기를 시도했고, 
<나쁜교육>에서는 권력으로 대변되는 남성성을 조롱했고,
<귀향>에서는 한 여성의 주체적 삶을 지극히 여성적인 시각으로 표현했다.

최근 본 <내가 사는 피부>에서 알모도바르는 평행적으로 배치된 두 남자의 복수극을 통해 남성들이 가진 욕정을 정죄하고, 죄사함과 구원의 길은 여성성에 있음을 은유적으로 말해주고 있다.

적극적으로 해석하면 카톨릭에서 성모마리아 코드와 연관지어 생각해볼 수도 있겠으나, 정죄의 행위가 종교적이지 않고 지극히 인간적이라는 점, 그리고, 구원의 행보가 절대자에 의해 수동적으로 부여되지 않고 시련을 능동적으로 극복해가는 과정이라는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스포일러를 포함한 질문 하나.. 

다음 중 한 사람의 욕정만 구원받을 수 있다면, 누구의 죄를 사하시겠습니까? 

로베르토 : 외과의사. 바람이 나 자신의 곁을 떠나던 아내가 교통사고로 죽기 직전 그녀를 구해낸다. 극심한 화상을 입은 아내를 성심껏 치료하나 아내는 자살하고만다. 남겨진 딸마저 동네 양아치에게 겁탈을 당하고 자살하자 그 양아치를 잡아다가 성전환수술을 하고 죽은 아내처럼 만들어두고 관음한다. 

타이거 : 로베르토의 배다른 형제. 로베르토의 아내를 성적으로 눈멀게해 데리고 도망가다가 교통사고가 난다. 사고 이후 잠적했다가 수년만에 돌아와 죽은줄만 알았던 로베르토의 아내(실은, 성전환된 양아치)를 발견하고는 과거의 욕정이 되살아나 겁탈한다.

비산테 : 어머니의 양장점에서 여성복을 만든다. 양장점에서 같이 일하는 아가씨를 맘속으로 흠모하지만, 그러면서도 동네 양아치 친구들과 환각제를 먹고 인근에서 열리는 파티에서 성적 충족을 얻는게 일상이다. 어느날, 결혼파티에서 로베르토의 딸을 만나 겁탈하려다 실패하고 도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