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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11월 24일 목요일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

 

 

어쩌면 우린 지금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가 걸었던

하데스와 페르세포네의 지하세계로부터

지상세계로의 출구로 나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잘 따라 오고 있는 거지요?"

"네, 잘 따라가고 있어요. 기억하죠? 절대 돌아보면 안돼요."

 

빛을 향해 나아가는 우리

 

"잘 따라 오고 있죠?"

"네, 절대 돌아보면 안돼요."

 

오르페우스의 실수를 되풀이해서는 안된다.

내 안에서 죽었던 그 사람을 되살리기 위해

난 절대로 뒤를 돌아보아서도,

그 사람의 얼굴을 보아서도 안된다.

 

지상에 이르기까지..

 

 

2005년 11월 11일 금요일

이 겨울의 인사

 

 

벌레 먹은 심장을 품고
벌거 벗은 겨울을 만나러 간다

 

항온 기능을 상실한 중추신경계
추운지도 더운지도

 

창에 비친 무표정한 저 사내의 낯빛이
두렵게만 보여

 

허나
내가 하고픈 인사는 이것일지니

 

이 겨울의 문턱
내가 없어도

 

아침잠 쫒으며
온몸을 길게 늘어뜨려 하루의 시작을 알리고

 

이가 시리지 않을만큼만 차가운 물 한잔과
비타민 한알의 지혜를 잊지 않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