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지

이 블로그 검색

2011년 4월 29일 금요일

아침바람 찬바람에

"아침바람 찬 바람에
울고가는 저 기러기"

4월부터 어린이집에 다니기 시작한 조카 한나가
지난 주말 "아빠곰 엄마곰" 노래와 율동을 식구들 앞에서 처음 선보였다.
어린이집 선생님인 엄마의 시범을 응시해가며 시늉을 하는 본인이 쑥스러웠는지
연신 배시시 웃는다.

"삼촌하고 아침바람 찬바람에 해봐"

내친김에 그동안 가르친걸 다 보여줄 요량에 동생이 한나를 부추긴다.
한나가 얼른

"바비야"
(무슨 이유에선지 한나는 나를 이렇게 부른다ㅜ.ㅜ)
하고 달려와서는 내앞에 서서 손을 내민다.

"아침바람 찬 바람에
울고가는 저 기러기

우리 엄마 계신 곳에
엽서 한장 써주세요

한 장 말고 두 장이요,
두 장 말고 세 장이요"

얼마만인지 모르는 노래를 부르고 손뼉을 마주쳐가며 한나와 호흡을 맞춰줬다.

꾸물꾸물 빗방울도 오락가락하던 오늘 아침,
출근길 지하철에서 읽던 소설 속에 나오는 '아침바람 찬바람에' 구절을 읽다가

'어찌 이런 슬픈 노래를 동요랍시고 가르치나몰라'
지청구 부리던 기억이 났다.

갓 세살 조카 한나가 저 노래의 구슬픈 단조가락과
'한장 말고 두장, 두장 말고 세장'
하던 부질없는 소망의 심정을 알게될 때는 언제쯤일까?

뜻모를 노래를 부르면서도 배시시 웃을 수 있는 시간이
오히려 행복한 때라는 어른들의 생각을
한나는 또 언제 알게될까?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