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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월 23일 목요일

아무리 좋은 가치라도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공중에게 전달될 때 다르다. 
과거 개혁이라는 가치가 열린우리당 초선그룹에 있을 때 그들은 개혁을 밤송이처럼 만들어서 아무도 만질 수 없는 것으로 만들고나선 마치 자신들이 십자가를 진 양 그 밤송이를 벗겨냈다. 그렇게 호들갑 떨며 벗겨내고보니 실은 알맹이가 보잘 것 없. 썩어있어던게 함정. 
요즘 정부여당은 좀 다른 방식으로 가치를 대하는 것 같다. 
아무리 귀한 가치라도 문제를 제기해 흠집을 내고 채색한답시고 똥칠을 하고 이놈저놈 덧칠을 해서 종국에는 저잣거리에서 거지들이 발로 차고다니게 만든다. 
이것도 재주라면 재주다. 
마치 선왕이 애지중지 이뻐하던 어린 공주를 기어이 유언비어와 중상모략으로 궁에서 내쫒고 이놈저놈 모아다가 사회적으로 윤간시키게 만든 의붓 여왕 같다. 
새정치는 안철수 자신만이 할 수 있는 것으로 만들어놨다. 그리고선 감춰놓고 보여주지 않는 동안 국민들이 새정치 모형을 발로 차고 놀고 있다. 
권력을 가지고만 할 수 있는 정치는 아닌 것 같다. 
연초에 갖는 술자리에선 늘 누군가 녀석을 떠올리며 "이 맘때지 않나?" 하고는 다이어리를 뒤적였다.
스마트한 세상이 되고부터는 녀석의 부고를 검색해보고는 그 날에 맞춰 다음 만남을 기약했었는데.
지난주에 술자리에서 확인해본 결과 이미 며칠이 지났다는 사실이 알았다.
"아, 그래서였구나. 나 지난주에 OO이 만났어. 야근 하려는데 맥주나 한잔 하자며 불러서 잠깐 봤지" 
주말에 놓인 녀석의 기일 이틀 전이었다.
시시콜콜 잡담만 늘어놓으며 꽤 오랜시간 푹 퍼져 있었는데 어쩌면 날 불러냈던 녀석의 친구는 주말 전 그렇게나마 기일을 챙기주려 했구나 뒤늦게 생각이 들었다.
부끄러움과 미안함에 불편하다가 문득 함정임의 단편 <저녁식사가 끝난 뒤>가 떠올랐다. 
"참 신기한 일이지 뭐예요? 아무도 P선생 이야기를 입밖에 내지 않았잖아요"
"그러는 당신은 왜 아무 말도 하지 않았소?"
소설 속에는 선생의 기일에 맞춰 저녁식사 모임을 가진 이들이 등장한다. 그들은 선생과 함께 했던 옛날 얘기 대신 각자의 방법으로, 누구는 선생이 좋아하던 요리를, 누구는 선생의 애창곡으로 선생을 추억한다.
연초에 가졌던 두 차례의 술자리에서 녀석의 친구들이 그런 추모식을 가졌고 나는 영문도 모른채 늘상 있던 술자리처럼 마주 앉아 있었다고 생각하니 얼굴이 화끈거리고 녀석에게 미안할 따름이다. 지만아 요즘은 어떠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