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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4월 7일 금요일

버스를 타고 오면 돼

 

 

 

버스를 타고 오면 돼.
지하철보다 한 이십분 오래 걸릴테지만
내가 이십분 더 기다리지머.

 

지하철 타는 걸 싫어했었지?
에스컬레이터 없는 계단
땀냄새 흥건한 지하철 손잡이와
갱도를 메우는 새까만 굉음

 

간밤에 잠을 설쳤다면
차창을 조금 열고 눈을 감아봐
눈꺼풀을 떨구고 고개를 파묻고 ZZZ

 

밤꽃냄새가 코를 간질어 눈을 떴거든
10분도 채 남지 않았어

 

내게 전화를 걸어
전화기 든 손을 창밖에 내밀어 봐
부릉부릉 엔진소리를 타고
바람처럼 내게 날아와

 

너를 마중 가는 길에 난
햇살좋은 거리를 활보하는
예쁜 아가씨들에 눈길도 안줄거야

 

매일 퇴근길에 날 유혹하는
오뎅가판에 적당히 불은 오뎅에도
벌겋게 익은 잘난 떡볶이에도
구수한 김이 어깨를 감싸안는 순대에도
발걸음을 멈추지 않을거야

 

네게 곧장 가는거야

 

내게 오는 날엔
넌 아마 그렇게 오는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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