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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1월 4일 목요일

안부

영화 '품행제로'의 에필로그는 이렇게 끝난다.

나레이션을 이끌어가던 주인공의 후배들이 등장인물 한 사람 한 사람에 대한 허풍 섞인 근황을 주거니 받거니 묻고 답하며 들려준다. 누구는 기타 국가대표가 됐고, 누구는 잘 나가는 모델이 됐고, 누구는 네덜란드에서 요들송을 부르고 누구는 연구실에서 돼지를 키운단다.

그러나 주인공 류승범의 근황에 대해서는 전학을 간 학교에서 여전히 짱이 됐고, 학교선생님과 주인공의 어머니가 결혼을 했다는 얘기를 끝으로 소식을 모른다.

연락이 뜸했던 선후배가 만나 한 사람 한 사람의 이름을 파일함 뒤적이듯 기억에서 꺼내 확인할 때,

잘 지내고 있다는 누군가가 있고,
조만간 보자는 전화를 그 즉시 받아줄 누군가가 있고,

도무지 소식을 들으려 해도 찾아지지 않는 누군가가 있고,
소식은 알지만 굳이 연락하고 싶지 않다는 누군가가 있고,

그리고 마지막으로, 꺼내들 기억조차 없는 잊혀진 사람도 있더라.

연말이 다가오며 서로의 안부를 물을 일들이 잦아지겠지
어디선가 나의 근황도 누군가를 통해 들려지겠지..
허름한 기타교습소를 운영하며 나름대로 여유로운 웃음을 보였던 류승범처럼 그렇게 어디선가 다들 잘 살고 있기를 바래.
그리고 난, 맨날 똑같은 소식 말고 좀 더 remarkable한 소식을 들려주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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