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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4월 5일 토요일

새롭게 만나는 중동이야기 - 『이슬람』,『중동의 새로운 이해』

 

이슬람,편견과 오류에서 빼내기

박상호/ 정치외교학 석사4차


얼마전의 세계무역센터 테러를 통해 우리 사회의 집단적 의식공황은 재현되었다. 며칠째 CNN과 TIME을 실시간으로 중계한 우리나라 방송과 언론은 전시 ‘미국의 소리’를 방불케 했다. 우리는 또다시 그렇게 미국을 통해 이슬람인을 만나볼 수 있었다. 낙타를 닮아 고집 세고 난폭한 사람들. 한 손에 꾸란(Qur’n), 다른 한 손에는 칼로 무력과 전쟁의 상징이었던 그들 외에 우리는 또 어떤 이슬람인들을 만나보았을까.

최근 이슬람학 관련 소장학자 12명의 이슬람 이야기가 출간되었다. 『이슬람』은 미국중심의 부정적이고 편협한 수식어들을 모두 제거하고 이슬람 문화와 삶을 조망한다. 저자들은, 소수의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이나 테러리스트들과는 거리가 먼, 삶과 인간에 대한 깊은 애정을 바탕으로 이방인에게 관대하며 이질적인 문화를 잘 수용하는 순진하고 친근한 이슬람인을 보여주고 있다. 세종대왕이 경희루 앞뜰에서 이슬람 원로가 낭송하는 꾸란을 들으며 명상에 잠겨있는 대목에서는 한동안 잊고 지내던 친구가 옆에 다가와 앉은 듯한 느낌까지 든다. 그러나 이란 영화감독 압바스 키아로스타미가 그에 대한 서방의 관심에 대해 일침했듯이 흥미로운 것들에 대한 선택적 탐닉이 이 지역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마저 거두어 갈 수 있을지는 두고 볼 일이다.  또 다른 책 『중동의 새로운 이해』 역시 서방에 의해 주어진 이 지역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걷어내고자 한다. 중동지역 개괄서를 지향하는 만큼 당시 중동지역의 불안정하고 일시적인 평화현상에 대한 역사적 기원과 배경에 대한 이해를 요구한다.

우리나라의 안중근과 중동의 민족해방전사들을 비교 설명하는 것은 더욱 흥미롭다. 원인론적으로 이슬람인들은 피해자였고 객관적인 삶의 조건을 수호하기 위한 저항이 광기어린 폭력주의로 매도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저자들의 논리이다. 그러나 슈퍼테러리즘과 그로 인해 미국에 의해 자행될 또 다른 테러의 징후 앞에서 제3자적 견지의 균형 찾기란 그리 쉽지만은 않다.  이슬람 지역으로부터 취할 수 있는 경제적 이득을 이유로 그들에 대한 인식의 전환과 공존을 주장할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는 과거 무관심에서 오는 편견이 경제적인 이유보다도 더 치명적이게 우리를 힘겹게 했음을 기억한다. 터번을 쓴 또 하나의 콤플렉스가 우리 안에 새로운 증오를 만들고 또다시 누군가를 배제하도록 가르치고 있음을 경계해야 할 것이다.

 

원본 출처 : 중앙대 대학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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