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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8월 7일 목요일

토(兎)의 간(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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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한 얘기지, 실은 간밤에

너를 만난다는 생각에 마음이 들떠

통 잠이 오지 않더라구,

풍선마냥 부푼 마음이 폐를, 심장을 짓눌러

숨을 쉬기도 버거울 정도였지 뭐야,


하는 수 없이 커다란 양푼에 찬 물을 한가득 받아놓고서는

슬그머니 마음을 꺼내어 양푼에 담갔지

그리고는 냉기가 도는 냉장고 안에 양푼을 넣고

그제서야 잠이 들 수 있었지


새벽녘에 그렇게 잠이 들어선, 암튼, 세상 모르고 잤지 뭐야,

아침을 깨우는 알람소리도,

창을 넘어 눈꺼풀을 두드리는 아침햇살도 통 모른채

정신을 잃고 헤매다가

해가 중천에 떠서야 겨우 정신을 차렸네, 글쎄


약속 시간에 늦을새라 부랴부랴 옷 챙겨입고

집앞까지 나왔다가는 안경 찾으러 다시 뛰어들어가고..

허둥지둥 대다가 그만,

어젯밤 냉장고 안에,

찬 물이 가득 담긴 양푼 속에,

마음을 넣어 둔걸 깜빡 했지 뭐야,


하필 널 만나는 날,

널 만나는 날, 왜 하필

다른 것도 아닌 마음을

심장도, 허파도 아닌

마음을.. 어쩌면 좋아.. 이 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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