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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월 23일 목요일

연초에 갖는 술자리에선 늘 누군가 녀석을 떠올리며 "이 맘때지 않나?" 하고는 다이어리를 뒤적였다.
스마트한 세상이 되고부터는 녀석의 부고를 검색해보고는 그 날에 맞춰 다음 만남을 기약했었는데.
지난주에 술자리에서 확인해본 결과 이미 며칠이 지났다는 사실이 알았다.
"아, 그래서였구나. 나 지난주에 OO이 만났어. 야근 하려는데 맥주나 한잔 하자며 불러서 잠깐 봤지" 
주말에 놓인 녀석의 기일 이틀 전이었다.
시시콜콜 잡담만 늘어놓으며 꽤 오랜시간 푹 퍼져 있었는데 어쩌면 날 불러냈던 녀석의 친구는 주말 전 그렇게나마 기일을 챙기주려 했구나 뒤늦게 생각이 들었다.
부끄러움과 미안함에 불편하다가 문득 함정임의 단편 <저녁식사가 끝난 뒤>가 떠올랐다. 
"참 신기한 일이지 뭐예요? 아무도 P선생 이야기를 입밖에 내지 않았잖아요"
"그러는 당신은 왜 아무 말도 하지 않았소?"
소설 속에는 선생의 기일에 맞춰 저녁식사 모임을 가진 이들이 등장한다. 그들은 선생과 함께 했던 옛날 얘기 대신 각자의 방법으로, 누구는 선생이 좋아하던 요리를, 누구는 선생의 애창곡으로 선생을 추억한다.
연초에 가졌던 두 차례의 술자리에서 녀석의 친구들이 그런 추모식을 가졌고 나는 영문도 모른채 늘상 있던 술자리처럼 마주 앉아 있었다고 생각하니 얼굴이 화끈거리고 녀석에게 미안할 따름이다. 지만아 요즘은 어떠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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