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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11월 2일 목요일

홍감독의 대중화 전략 [해변의 여인]

 

 

극중 김중래 감독이 말하는

'기적에 관하여'란 시나리오는 대략 이렇다.

 

한 사내가 호텔 방에서 CD 플레이어로 모짜르트의 음악을 듣는다. 그리고 방에서 나와 엘리베이터를 타는데, 이 안에서도 똑같은 곡을 듣게된다. 그리고 호텔에서 나와  마임을 공연중인 삐에로를 보게 되는데 이때도 역시 같은 곡을 듣게된다.

그 사내는 이 놀라운 우연의 일치속에 뭔가 비밀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조사에 착수한다. 삐에로에 대해, 그리고 엘리베이터 설계자에 대해, 음악이 만들어진 배경 등등.

그리고 마침내 그 비밀들이 하얀 실로 모두가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1. 똘아이는 도처에 널렸다.

똘아이는 집착한다.
똘아이는 뭔가 뒤틀린 심사를 갖고 툭툭 세상을 향해 시비를 건다.
홍상수 감독이 그려낸 구조속에서
똘아이들은 각자 모난 한 축씩을 맡고 있다.

종업원에게 사과하라고 악다구니를 쓰는 김태우,
잤니 안잤니, 나를 넘어갔니 안넘어갔니 역시 악다구니.. 고현정,
섹스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와 싸우고 있다는 김승우,

 

극이 진행되면서 이런 모난 축들로 구성된

불편한 구조에 관객은 차츰 익숙해진다.

따지고 보면 모두 모나고 내면에

한 꾸러미씩의 집착 대상을 품고 있다.

그리고 어느덧 슬그머니 나의 모난 모습도

그 구조속에 끼워넣어 봄직도 하다.

 

2. 지루한 영화에 대한 변명

홍상수는 구조로 말하는 이야기꾼이다.
따라서 감독이 자신이 만든 구조를 이해시키지 못할 때
영화는 지루해진다.

이 영화가 홍상수가 만든 가장 대중적 영화라고

평가받았던 데에는 고현정과 김승우처럼

대중에게 친숙한 배우들을 캐스팅한 때문이기도 하지만

감독이 자신이 가진 구조로서의 영화관을

아예 극중 감독인 김승우를 통해 까놓고 제시하기 때문이다.

 

그 구조로서의 시나리오가 위에서 언급된 '기적에 관하여'다.

영화속에서 주목받는 특징적인 일상은 한 셋트의 구조이다.

감독은 그 비밀을 영화 밑바탕에 슬그머니 감춰두고

관객에게 그 구조에 바탕한 스토리를 제공한다.

 

관객이 스토리에 내재된 하얀 실의 정체를

발견하는 일은 '기적'과도 같다.

홍상수 감독은 좀처럼 일어나지 않는 기적을 포기하고,

연습장에 그림까지 그려가며 자신의 구조를 설명한다.

기어이 관객을 이해시키고야 말겠다는 집념의 홍감독.. 안습이다.

 

3. 연애.. 로맨스.. 그 실체는 창피하다.

수컷이란 표현이 처음으로 인상 깊게 다가온 것은

어릴적 읽었던 소설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를 통해서였다.
(주로 한국 남자가) 규범적인 껍데기 속에 감추고 있는

비열한 성의식을 지칭하는 표현으로

홍상수의 영화에는 늘 섹스에 집착하는 수컷이 등장한다.

작품속에서 수컷의 뻔한 본심이 자기 성찰적으로 읽힐 때마다

당황스럽기까지 했지만, 이제는 무덤덤해졌다.

'저거 어떻게 자빠뜨리지..??'라는 고민에 솔직해지고 나서야

비로소 연애의 실체에 대해 대화를 시작할 수 있겠다.

 

하지만 욕망으로서의 섹스와 목적으로서의 섹스를

구분하는 수고를 좀 해주자.
(이건 '연애의 목적'에 대한 리뷰에서도 잠깐 다루어본 바 있다.)
비록 결과적으로 같지 않냐는 질문에

한마디 반론도 제기할 수 없다손 치더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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