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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4월 9일 금요일

내가 찍은 사진 한장

 

 

 

사진을 찍어놓고 전해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보니 디지털소스로 만들어진 사진 한 장의 가치가

보잘 것 없어지는 경우가 빈번하다.

 

하긴 사진첩에 넣어놓아도 꺼내볼 일 없는 종이사진도 별반 차이는 없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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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사진을 찍은 날짜를 보니 2007년 10월 26일이다.
오후 3시 10분밖에 안된 시간인데 많이 어둡다.
가만 들여다보니 실내에 불을 안켠 것 같다.
업무시간인데 일부러 불을 껐을 리는 없고, 정전이었나?

 

10월 26일이라는 날짜로부터 저 사람들이 내다보는 바깥 풍경을 유추해본다.
창밖으로 보이는 건물은 국가보훈처 건물이다.
세 사람은 창밖의 어떤 상황을 관망 중인듯 하다.

 

지금도 그렇겠지만 당시 국가보훈처 건물 앞에서는 시위가 끊이지 않았다.
게다가 노무현 전 대통령 임기 말이라, 보수단체들의 그야말로
'시위성' 집회가 하루가 멀다하고 벌어졌다.
아마도 10.26사태일을 맞아 또 어느 보수단체가

그런 종류의 집회를 벌였나 보다.

 

사진 속의 세 남자는 당시 회사의 동료들이다.
사진을 찍게된 계기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우연히 곁에 카메라가 있었고, 창가에 사람들이 몰려있었고,
사진을 찍고 싶은 마음이 불현듯 일어서였을까?
만약, 위의 추측대로 건물내 정전이었거나,
전기배선 공사 등을 이유로 전기 공급을 차단했다면
딱히 다른 할 일도 없었겠지 싶다.
그래서인지 사진 속의 남자들, 꽤 여유로워 보인다.

 

사진 속 가장 왼쪽의 남자는 학교 후배이자, 회사 후배이다.
회사의 클라이언트였다가 회사에 입사했고, 재작년 가을 이직을 했다가
올해부터는 강남에서 온라인홍보 관련 자기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사진 속 가운데 남자는 회사에서 상사로 만났고,
그 회사를 나와 함께 폐업시키고 홍대앞에 있는 광고 회사로 이직했다가
난 떠나고 여전히 그 회사에 남아있다.

 

사진 속 가장 오른쪽 남자는 회사의 클라이언트로 처음 만났고,
회사의 상사로 1년여 동안 함께 하다가 이직을 했다.
그리고, 작년 11월 23일 안타깝게도 생을 달리 했다.

 

사진 속에 담긴 인물은 이 셋이지만, 한 사람의 이야기가 더 담겨 있다.
사진의 왼쪽 상단에 '거리사의(居利思義)'라는 액자가 하나 보인다.
'사업하는 사람들이 이익을 위해 살지만 의리를 생각하라'는 말이다.

 

저 액자를 가져다가 저 곳에 걸어두고 회사의 사훈으로 공표한 사람은
2003년 내가 입사한 당시 회사의 대표이사이자, 나의 학교 선배이다.
만12년간 벤처부터 시작해 회사를 운영해오던 그는
2008년 여름 갑작스레 급성 백혈병에 걸려 그해 12월 세상을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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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순간을 담는다.
어떤 사진은 순간보다 더 긴 시간을 담는다.
그리고 어떤 사진은 꽤 많은 사람들의 인생을 담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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