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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1월 4일 수요일

비뚤어진 욕망의 정죄, 그리고 구원의식 [내가 사는 피부]

여성성을 대하는 감독의 시각으로만 보자면,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이번 영화 <내가 사는 피부>는 여성성에 대한 찬미와 숭배로 진화했다고 평할 수 있겠다.

감독은 <그녀에게>에서 여성성에 대한 탐구와 말걸기를 시도했고, 
<나쁜교육>에서는 권력으로 대변되는 남성성을 조롱했고,
<귀향>에서는 한 여성의 주체적 삶을 지극히 여성적인 시각으로 표현했다.

최근 본 <내가 사는 피부>에서 알모도바르는 평행적으로 배치된 두 남자의 복수극을 통해 남성들이 가진 욕정을 정죄하고, 죄사함과 구원의 길은 여성성에 있음을 은유적으로 말해주고 있다.

적극적으로 해석하면 카톨릭에서 성모마리아 코드와 연관지어 생각해볼 수도 있겠으나, 정죄의 행위가 종교적이지 않고 지극히 인간적이라는 점, 그리고, 구원의 행보가 절대자에 의해 수동적으로 부여되지 않고 시련을 능동적으로 극복해가는 과정이라는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스포일러를 포함한 질문 하나.. 

다음 중 한 사람의 욕정만 구원받을 수 있다면, 누구의 죄를 사하시겠습니까? 

로베르토 : 외과의사. 바람이 나 자신의 곁을 떠나던 아내가 교통사고로 죽기 직전 그녀를 구해낸다. 극심한 화상을 입은 아내를 성심껏 치료하나 아내는 자살하고만다. 남겨진 딸마저 동네 양아치에게 겁탈을 당하고 자살하자 그 양아치를 잡아다가 성전환수술을 하고 죽은 아내처럼 만들어두고 관음한다. 

타이거 : 로베르토의 배다른 형제. 로베르토의 아내를 성적으로 눈멀게해 데리고 도망가다가 교통사고가 난다. 사고 이후 잠적했다가 수년만에 돌아와 죽은줄만 알았던 로베르토의 아내(실은, 성전환된 양아치)를 발견하고는 과거의 욕정이 되살아나 겁탈한다.

비산테 : 어머니의 양장점에서 여성복을 만든다. 양장점에서 같이 일하는 아가씨를 맘속으로 흠모하지만, 그러면서도 동네 양아치 친구들과 환각제를 먹고 인근에서 열리는 파티에서 성적 충족을 얻는게 일상이다. 어느날, 결혼파티에서 로베르토의 딸을 만나 겁탈하려다 실패하고 도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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