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지

이 블로그 검색

2010년 5월 15일 토요일

구조조정과 학생퇴학

 

'이카루스의 날개'

 

얼마전, 내가 대학원을 다니며 조교를 하던 시절 갓 새내기로 입학해 지금은 4년차 기자가 된 후배와 술잔을 기울이며 '대학'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대학의 변화에 대한 얘기는 내가 학부를 다니던 시절부터 줄곧 있어왔지만,
난 '386의 끝물'로, 그 후배는 자신의 또래보다 5-6년은 빠른 '90년대 중반학번의 대학생활'을 영위했노라 고해한다.

'정치학'이라는 학문적 특성과 '정외과'라는 구성원의 특성이 결합돼 '거룩한 지성'과 '먹고 대학생의 불명예'가 상존하고, 지금처럼 생존경쟁이 치열한 대학을 경험하고 있는 후배들에게는 '이카루스의 날개'로 여겨질, 소위 '무소불위의 자유라는 날개'를 달고 캠퍼스를 날아봤던 우리들이다.

 

 

변화의 중앙대

 

수십년째 정체와 퇴보를 거듭하던 중앙대.
변화를 갈망하던 중앙대가 두산의 인수 후 많은 변화들을 겪고 있다.
그리고 그 변화의 이니셔티브를 두산그룹이 주도하고 있다는 의미에서 '두산대'라고 불리기도 한다.

 

중앙대를 진원으로 한 논란들이 캠퍼스의 담장을 허물고 사회적 논란으로 확대되기 시작한 것은 지난 대통령선거 당시 박범훈 전 총장의 MB 선대본부장 선임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후 유인촌, 이재오 등 MB측근 선배들의 활약, 그리고 작년 진중권 교수 해임에 이르기까지 일련의 사건들에는 일관된 방향성이 있어왔다.

그리고 이 와중에 '학과체계의 구조조정'과 '구조조정 반대학생에 대한 퇴학처분'이라는 사건이 발생했다.

 

'효율성'과 성과주의 전도사 MB

대학의 학과체계에 '효율성'과 '성과주의'을 주입하려는 '두산'

 

중앙대를 낚아챈 포식자의 날개짓은 효율성의 데칼코마니를 닮았다.

 

 

사실 난 구조조정을 지지한다

 

두산이 추진하고 있는 중앙대의 구조조정은 중앙대가 추진하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두산이 추진하고 있는 것일까?

중앙대가 하면 학문적인 이유이고, 두산이 하면 비즈니스 논리인가?


효율성, MB, 친기업에 반대하는 이들은 구조조정의 본질이 두산이 주도하는 효율성과 성과주의 즉, 비즈니스 논리라고 일갈한다.

그리고, 학문 체계에 비즈니스 논리를 들이대는 것은 저렴한 짓이라 한다.

과연 그런가? 흥분하지 말고 차근차근 얘기해보자.

임철순, 김희수 재단을 거치며 중앙대는 많은 시련을 겪어왔다.

전입금도 주지 않고 학교 재산인 부동산을 팔아먹는 재단 때문에 학생들은 비싼 등록금과 열악한 교육여건에 시달렸다. 더구나 학생들은 서울에서 가장 강력한 노조를 가진 교직원들의 높은 임금까지 부담해야 했다.
등록금을 올리다 올리다 못해 학생들의 반발이 거셀 때에 학교의 선택은 학과를 설립해 학생 수를 늘리는 것이었다. 
그러다보니 1캠과 2캠 그리고 야간 학과를 동원해 기형적인 학과 시스템을 만들어왔다.
비즈니스 논리로 대학이 스스로 학문의 존엄성을 경시했고, 학과수로는 전국 대학 중 최고라는 결과를 만들어왔던 것이다.
두산이 들이대고 있는 구조조정이라는 잣대가 비즈니스에서 빌어온 것이기는 하나, 비즈니스 잣대로 잘못된 비즈니스의 결과물을 도려낸다는 명분이 있다면 그 필요성에 대해서는 일단 인정해줘야 하지 않는가.

 

 

'불명예 딱지'

 

원만한 합의가 힘들고, 누군가의 희생이 동반되어야 하기때문에 구조조정은 어렵다.
반발이 당연하다.

그런만큼 반발의 관리는 구조조정을 추진함에 있어 가장 신경을 써야하는 부분이다.

현재 구조조정에 반발하는 학생을 대학이 퇴학 처분을 내리면서 구조조정이라는 본질적인 논란에 더해 '대학이 학생을 포기할 수 있는가'라는 새로운 논란이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

 

역사적으로 대학은 학생과 선생이 자발적으로 결성한 조합이다.

학문을 연구하기 위한 조합이 현대에 와서 돈을 주고 학문을 사고파는 기관이 되었다고는 하나, 학생과 선생은 영구적으로 대학의 존립 근거가 되어야 한다.

꿈과 낭만의 캠퍼스를 버리고, 지성의 전당을 버려도 대학은 대학일테지만,

학교가 선생을 내쫒고, 학교가 학생을 내쫒는다면 그것은 더이상 대학이라고 불려질 수 없다.

 

학생의 반발이 중앙대의 위상을 격하시켜 그 학생을 더이상 대학에 둘 수 없다고?

반발하는 학생을 대학의 밖에 두는 것이 중앙대의 위상을 더 격하시킨다는 사실을 상기해야 한다.

스스로 대학임을 포기하면서 추진한 중앙대의 구조조정은 중앙대에 불명예 딱지를 붙이게 될 것이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