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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9월 26일 월요일

외출(spring snow) 두번째 이야기 [050921]

 

 


 

 

배우 손예진을 떠올릴때 잊혀지지 않는 장면 중의 하나는 영화 클래식에서의 빗속 뜀박질 씬이다. 지나치는 ROTC 대열의 경례동작을 흉내내며 만면에 띠끌 하나 없는 밝은 웃음으로 온몸에 비를 맞으며 뛰는 장면.. 아~ 또 설레인다.

 

허진호의 눈이 나와 닮아 있음에 흐뭇하다.
졸업 하자마자 결혼하라는 아버지의 성화에 선을 봐 결혼했고 전업주부의 일상 끝에 남편의 사고, 그리고 드러난 남편의 외도, 찾아오는 사랑

그녀는 결혼 후 단한번도 달려보지 못해 본 사람처럼, 그리고 이제 새롭게 날기 위한 도움닫기를 하듯 고수부지를 달린다. 손예진의 매력이 한껏 발산되는 순간이다.

 

그리고 뜀박질을 넘어 한층 더 성숙한 배우 손예진을 또다시 발견했다.
"학교 졸업하고 아버지가 빨리 시집가라고 해서.." 라고 말하며 -불행한 현재를 결정지은 그 순간을 떠올리고 몸서리치듯- 터져나오는 울음을 재빨리 한손으로 무마시키고 아무렇지도 않은 척 상대를 향해 웃어보이는.. 아~ 씨.. 자꾸 희미해져가는게 안타깝다.. 또 보고 싶다..


## 중대 사진반

김인수 : 대학때 집사람이 공연사진을 찍어줬었어요. 사진 동아리였거든요.

한서영 : 혹시 부인이 어느 학교 나오셨어요?

김인수 : 중대요.

한서영 : (강수진과 윤경호가) 그때 만난거였군요.

여기서 잠깐 소개.. 중대 사진반..

 

내가 학교 다닐때만 해도 학생회관 건물이 좁았던 탓에 각 단대마다 동아리방을 한둘씩 끼고 있었다. 우리 정경대에는 사진반과 서예반이 있었다. 공교롭게도 우리 과실이 위치한 팔각정 1층에 위치한 탓에 벽을 사이에 두고 출입문을 공유하는.. 암튼 그런 요상한 시스템이었다.

 

지금이야 너도 나도 디카 하나쯤은 가지고 있고 맘 한번 굳세게 먹으면 일이백만원을 호가하는 DSLR도 구입하지만, 당시에 사진을 한다고 하면 장비 가격도 가격이거니와 필름이며 인화지며 부가적으로 들어가는 비용이 꽤 만만치 않았던 시절이었다. 게다가 우리과엔 그때까지만해도 전학년을 통틀어 여학생이 10명을 넘지 못하던 시절이다보니, 대다수의 우리들에게 벽 하나 건너 사진반의 럭셔리함은 사회적 불평등과 위화감을 갖게 하는 대상이었다.

 

강수진과 윤경호가 중대 사진반 시절부터 알아 온 사이였음을 발견해내는 한서영의 심정이 나의 개인적인 기억들과 맞물려 더 가깝게 다가온 장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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