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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7월 5일 월요일

『미식견문록』by 요네하라 마리

 

 

 

 

충격적 결말이다.

그럴리가.. 제목이 미식견문록인데.

죽은 요네하라 마리가 이미 죽은 사람이야? 응. 난소암으로 죽었대...

 

읽는 내내 흥미롭고 유쾌한 기분을 선사했던 저자에 대해 어느새 큰 호감이 생겼나 보다.

역자평에서 마리여사 사후에 '여행자의 아침식사'를 그녀의 가족들과 함께 맛볼 기회를 가졌다는 얘기를 끝으로 책을 덮으며 서운함이 몰려왔다.

이제 마리여사의 이야기는 더 들을 수 없는거야? 물론 유작들을 통해서야 가능하겠지만..

 

요네하라 마리는 훌륭한 이야기꾼이다.

캐비어를 두고두고 생산하기 위해 철갑상어 배에 일본인들이 YKK 지퍼를 달았다는 거짓말이나 어릴적 동생 유리가 망태기에 담겨 유괴될 뻔했다는 꿈이야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술술 풀어놓는다.

 

비단 음식에 대해서 뿐만은 아니겠지만, 마리여사는 어떤 대상에 대해 자신이 가지고 있는 감정, 경험, 지식 등을 총체적으로 끄집어내어 구성하는 재주를 가졌다.

 

가령, 감자라는 대상에 대해 감자가 신대륙에서 유럽을 거쳐 아시아까지 전해졌다는 얘기부터 시작해,

그것이 기괴한 모양새로 인해 악마의 열매로 여겨져 각국에서 타부taboo시 되었다는 얘기며,

국가적 차원에서 식량 부족에 대처하기 위해 러시아를 비롯한 각국의 왕들이 국민들에게 감자를 강제로 먹이고 대체식품화 했다는 얘기,

러시아 혁명 1세대쯤 되는 데카브리스트들은 자신들이 직접 황무지를 개간해 감자를 생산하고 금전적인 회유를 동원해 가난한 농민들에게 감자를 보급했다는 얘기 등의 역사적인 사실과 이들 데카브리스트들에 대한 낭만적 감상까지 덧붙여 전한다.

 

책에 흥미를 갖고 그 책을 읽기 위해 TV를 끄고 자정을 넘어서까지 책장을 넘긴 적이 언제였던가

요네하라 마리의 미식견문록은 내게 그런 기쁨을 선사해준 아주 고마운 책이다


thanks to your kindness,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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